■특별법 오해와 진실/외국에 가서 性매매 해도 수사대상 포함성매매 특별법이 시행 한 달을 맞았지만 아직도 특별법의 내용을 잘 모르거나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궁금한 사항을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갑자기 성매매를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성매매는 이미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방지법을 통해 불법으로 규정됐다. 성을 사고 판 자에 대한 처벌도 기존 윤락행위방지법이나 특별법 모두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동일하다. 다만 지금까지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엄격한 법 적용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자는 처벌 않고 남자만 잡아들이나.
"특별법은 인신매매나 협박, 폭행 등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을 성매매의 피해자로 간주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는다. 18일 현재 성매매 여성 555명이 입건돼 3명이 구속됐고 4명은 영장이 신청됐다."
-외국에 나가서 성매매를 해도 처벌받나.
"우리나라 형법은 속인주의와 속지주의를 함께 채택하고 있어 국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성매매는 물론, 한국인이 외국에서 한 성매매도 수사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피해여성 구제와 업주 처벌이라는 입법 취지로 볼 때 현실적으로 외국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를 수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성매매가 불법인 국가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처벌을 받고 추방되는 경우 국내에서 이에 대해 재판을 받게 된다."
-성매수를 하다 입건되면 직장이나 가족에게도 알려지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성매수자는 대부분의 경우 불구속되고 있는데 불구속 사건은 당사자 외에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통보를 하지 않고 있다. 구속이나 긴급체포 등 인신구속의 경우에는 자기 변호를 위해 가족 등 주변인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다만 공무원인 경우, 구속 여부를 떠나 형사입건된 경우 해당 기관에 그 사실을 통보하게 된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자활시설 실태/"자활교육 받고 있지만 먹고 살 길 막막"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아파트촌에 자리잡은 ‘다시 함께 쉼터’.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시설인 35평짜리 아파트에는 10명의 여성들이 외부기관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외출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피부관리 일을 배우고 있는 정모(24)씨는 "미래에 대한 보장은 없지만 일단 지옥 같았던 감금 생활에서 벗어난 것 만으로도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기뻐했다.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다른 여성은 "빚을 받아내겠다며 업주들이 위치추적까지 하는 바람에 휴대폰도 사용 못하고, 일반전화기에도 발신번호 삭제 장치까지 달았다"고 말했다.
전문가 심리상담과 의료·법률지원, 직업훈련 등이 제공되고 있는 이 시설 생활은 탈 성매매 여성들에게 사회 재정착을 위한 임시 터미널에 불과하다. 권순영(39) 소장은 "선진국에서도 성매매 여성이 혼자 힘으로 다시 서기까지는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이 걸리지만 우리의 경우 6개월이나 1년이면 떠나야 한다"며 "1년이면 선불금을 둘러싼 법적 분쟁 해결이나 중·고교 검정고시 준비에도 벅찬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이곳에 들어온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아파트 주민들이 집 값 떨어지고 아이들 교육에도 안 좋다고 항의하는 통에 고개도 못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두 차례나 이 곳을 찾았다는 김모(25)씨는 "사회적 여건과 환경이 우리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다른 일을 찾아 나가봤지만 막막하니까 다시 돌아오게 되고, 그런 속에서 자살하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이들처럼 ‘용기 있게’ 성매매 생활을 떨치고 자활 교육을 받는 여성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홍보 부족과 정보 차단 등으로 정부가 3,000만원 이내에서 창업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재활대책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성매매 여성들의 구조에서 자활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했지만 아직 체계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원시설을 나온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 ‘먹고 살 방법’을 마련해줘야 할 자립지원센터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33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정부가 마련한 38개 지원시설의 정원은 750명에 불과하다.
업주들의 협박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한국여성단체연합 한 관계자는 "업주들의 반발은 일종의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단호한 단속을 통해 성매매 산업이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고 직업여성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힘과 자원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성매매가 활개치는 나라가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업주에 대한 가중처벌을 통해 성매매 시장 규모를 대폭 줄이는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며 "업종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이 중요하다"며 "성문화·접대문화의 절대 수요자인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이 내 부인, 내 여동생, 내 자식이란 인식을 갖고 잘못된 문화를 바꿔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외국의 입법 사례
*스웨덴-성매매금지법 이후 매춘 급감
*독일-매춘 합법화…호객·지역 제한
*일본-인터넷 性흥정 금지법 시행
우리나라의 ‘성매매와의 전쟁’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로 매춘을 줄이는데 성공한 스웨덴의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스웨덴은 1998년 "돈을 주고 성을 사는 것은 여성에 대한 명백한 폭력"이라며 ‘성매매 구매 금지법’을 제정했다. 여성 국회의원이 50%나 되는 스웨덴에서도 이 법이 통과되는 데만 6년이 걸릴 정도로 논란도 많았지만 범 국가적인 자활 지원대책으로 성매매 여성이 새로운 삶을 찾는 비율이 60%에 이르고 이 법에 대한 스웨덴 국민의 지지는 압도적이다.
프랑스에서도‘매춘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3월 ‘국내 치안법(사르코지법)’을 도입, 적극적으로 손님을 유혹해 대가를 받고 매춘을 하는 경우에만 벌금형을 내리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극적인 호객행위까지 2개월 구금에 3750유로(약 550만원)의 벌금형을 가했다. 예컨대 야한 옷을 입고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법적인 제재 대상이 된다. 각종 범죄의 온상인 포주조직을 겨냥한 이 법 시행으로 지난 1년간 파리에서만 매춘 여성(혹은 남성) 수가 40% 감소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2000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매춘을 합법화했고 독일도 2001년말부터 합법화했다. 다른 직업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납부하는 대신 고용계약을 통해 의료보험, 실업수당, 연금 등의 사회보장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허용 지역을 엄격히 제한하고 길거리 호객 행위도 제한한다. 뉴질랜드 의회도 지난해 매춘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벨기에와 이탈리아에서는 공창 합법화와 공창제 부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성매매 산업 규모가 연간 10조원에 이른다는 일본에서는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원조교제와 호스트바, 각종 변태업소 등 다앙한 유형의 성매매가 판을 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이용한 미성년자 매춘이 기승을 부리면서 일본은 지난해 9월부터 성매매 알선 인터넷 사이트에 성 흥정을 금지하는 ‘교제사이트 규제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집창촌은 한시적 유지 음성적 매매부터 단속을"
2000년 서울 종암경찰서장에 부임, 속칭 ‘미아리 텍사스’를 비롯해 전국 집창촌 정화에 나섰던 김강자(59·사진) 전 총경은 "문제는 집창촌 같은 공개형 성매매 업소가 아니라 확산되고 있는 음성형 성매매"라며 "통제가 가능한 집창촌은 한시적으로 유지한 채 인권 유린을 막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매매 특별법의 취지에도 공감하나 법 시행 이후 집창촌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는 단속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성매매 근절이라는 목표를 위한 철저한 전략이 없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집창촌 여성들은 음성형 성매매 종사자들에 비해 자기방어 능력도 약하고 경제적으로도 절박한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아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집창촌을 공격할 경우 여성들은 다방, 이발소, 휴게텔, 노래방 등 음성형 성매매 업소로 흘러들 것이 틀림없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 전 총경은 음성형 성매매부터 먼저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감금이나 착취 등 인권유린 행태 및 미성년 성매매 같은 문제를 먼저 손대는 식으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집창촌 여성들의 자활과 자립을 유도,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며 "이들을 무작정 집창촌 밖으로 내몰 경우 인권유린이 더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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