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적인 투자가 피터 린치는 그의 책에서 투자자에게 수익을 줄 수 있는 완벽한 주식의 조건 13가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회사에서 자사주를 되사들이고 있는 경우라고 했다.한 회사에서 주주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좋은 방법은 자사주를 되사들이는 일이며 어떤 회사가 스스로의 장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자사주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결국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에 영향을 주고, 이는 결국 주가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치게 되는 것이다. 실례로 미국의 석유회사 엑슨 모빌은 1달러를 석유 생산에 투자해 벌어들이는 이윤보다 자사주 1달러 매입을 통해 주가 상승으로 벌어들이는 투자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 자사주식을 꾸준히 되사들여 왔다. 마치 증권거래소 객장에서 석유를 찾아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자사주 매입 소각이 일찍부터 진행돼 왔는데, 증시 전체적으로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가 공급물량(기업공개 및 증자규모)을 능가할 때 증시는 강세장을 연출했다. 자사주 매입규모가 공급물량을 앞섰던 1994~99년까지 증시는 강세를 보인 반면, 공급물량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상회했던 91~93년과 2000년도 이후 증시는 정체 내지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 환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년 들어 더욱 강화됐는데 3분기까지 기업들의 자사주매입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이상 증가하였으며, 신규상장 및 유상증자를 통한 공급물량을 초과하기에 이르렀다. 국내기업들이 여유자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것 보다 자기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며,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금리 체제의 고착화, 연기금의 투자확대, 적립식 펀드의 활성화를 비롯하여 기업연금제도의 도입 검토 등은 주식의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주가의 변동성 축소와 함께 장기투자기반이 확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황에 휩쓸리는 단기매매 보다는 지속적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에 대한 선별과 종목에 대한 장기투자 위주로 주식투자의 관점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KTB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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