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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속에 갇힌 낯선 환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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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속에 갇힌 낯선 환상들

입력
200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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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썸’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주된 장치는 기기들이다. 디지털 세대에서 조금이라도 빗나가 있는 사람이라면, 도통 낯설기만 할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장윤현 감독은 ‘젊은 영화’를 작정하고 만들었다. 이미 ‘접속’을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의 인간관계를 탐색했던 장 감독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더욱 보편화하고 다양해진 소통의 도구를 총동원해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아 냈다.상대방 전화기로 내 전화기에 전화를 걸어 화면에 뜨는 발신자 번호를 입력하는 것은 휴대폰 세대들의 전화번호 교환방식. 길 가다 마주치는 모든 신기한 풍경과 사물을 디지털 카메라로 담는 것도 요즘 세대의 취미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만난 사람의 직업이 무언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도 누구보다 친하게 지낸다. 중요한 사진파일을 mp3 플레이어에 저장하고, 어느날 갑자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만나 알 수 없는 행동을 펼치다가는 번개같이 사라지는 플래시몹 놀이를 즐긴다.

영화를 끌어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장치는 교통방송 리포터 유진(송지효)이 경험하는 데자부(기시감·旣視感) 현상. 화면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관객을 낯선 분위기로 몰고 간다. 영화 속 주인공들도 사실과는 동떨어진, 다른 세계 사람같은 분위기다. 형사인 강성주(고수)는 노랗게 염색한 헤어스타일에 문신, 피어싱까지 하고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범인의 뒤를 쫓는다. 20대 마약 조직원들은 미래 세계 전사처럼 차려 입고 있다.

이 낯설고 차가운 분위기와 함께 이 영화의 독특함은 스피디한 화면. 특히 자동차 추격장면은 자동차 4대를 폐차시키고, 30대가 망가진 끝에 건져 낸 명장면들이다. 신선한 장치와 전개 덕분에 빈약한 스토리나 ‘적은 가장 가까운 데 있다’는 단순한 반전 등이 큰 결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취향 따라 좋고 싫음이 명확이 갈릴 듯한 영화다. 22일 개봉.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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