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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대로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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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대로 국감’

입력
200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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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내일 끝난다. 새 국회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시작된 국정감사였지만 일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압도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많이 달라진 17대 국회인 만큼 이번 국감에서는 구태를 벗어나서 내실 있게 정부 정책과 예산, 업무를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많은 국민들은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쟁과 무분별한 폭로로 얼룩지고 또 의원들의 적지 않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데 실패한 부실 감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정쟁 시비는 국회의원들, 특히 주요 정당 지도자들이 사실상 자초했고 주요 언론들 역시 이 시비를 증폭시킨 책임이 있다. 국감 초반 국방위, 통외통위, 교육위, 행자위 감사에서 국가기밀 누설 논쟁, 교과서 이념 논쟁, 수도 이전 관련 시위 관제 동원 논란 등이 불거져 나왔고 여야 지도부는 치열한 정쟁을 벌였다. 주요 언론들은 국감이 초반부터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국감의 긍정적, 건설적 모습은 별로 다루지 않고 정쟁거리만 연일 부각시킴으로써 정쟁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했다.

따가운 여론의 질책에 직면한 주요 정당들은 국감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가급적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 국감, 민생 국감에 주력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기는 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국정감사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가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국감에서 국회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17일 동안 457개 피감 기관에 대해 감사를 했다. 각 상임위가 평균 27개 기관을 17일 동안 감사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각 피감 기관에 대한 실제 감사 시간은 평균 4시간을 넘길 수 없었고 의원 한 사람의 질의 시간 역시 기관당 20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성실히 국감 준비에 골몰해 온 많은 의원들을 허탈하게 만든 구조적 요인이었다. 시간에 쫓긴 의원들이 준비한 질의사항과 자료들을 거의 일방적으로 쏟아 부은 다음 피감 기관의 답변을 서면으로 대신해 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기도 하다.

지난 16대에 피감 기관들이 제출한 자료는 연 평균 4만 건을 상회했다. 분량으로 따지면 9,300만 쪽이 넘었고 인쇄 경비만 43억 원을 초과했다. 국감을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가 투입한 어마어마한 인적, 재정적, 시간적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국감을 치러낸다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쉽지 않게 되어 있다.

따라서 국감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보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국회 안팎에서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국정감사 무용론, 상시 국정감사 체제로의 전환론, 상임위별 국감 시기 분산론, 국정조사 및 청문회 제도 적극 활용론 등 분출하고 있는 다양한 주장들을 깊이 있게 검토해서 개선책을 모색해 볼 시점에 명백히 도달했다.

다만 제도 개선 논의는 민주적 대통령제에서 국회와 국회의원이 담당해야 할 기능과 역할에 관한 근본 원칙에 입각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국회는 더욱 폭넓고 근본적인 개혁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국회와 국회의원의 미비한 점을 바꾸고 보완하는 국회 개혁의 큰 틀 속에서 국감 제도 개선 내용과 방향이 잡혀야 할 것이다.

이번 국감 중에도 국회의원 특권의 한계, 윤리위원회의 성격과 기능이 첨예한 논쟁 대상으로 떠올랐다. 의정 활동의 책임성, 윤리성, 투명성의 실질적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국감 제도를 비롯해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효과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개혁 논의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우리는 의정 활동의 실질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의원 수를 선진 민주국가 평균치에 맞추어 늘리는 문제까지 적극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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