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성매매 여성 2배늘고 양주 소비는 절반 줄어A은행 서울 장안동 지점에 근무하는 신모(37)씨는 요즘 퇴근 후 인근 숙박업소를 한바퀴 돌며 주차된 차량 대수, 복도에 널린 수건 개수 등을 일일이 체크한다. 은행 대출담당 직원들 사이에 ‘9·23사태’로 통하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 한 달째로 접어들면서 대출금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한 업소들이 늘어나자 영업상태를 살피고 하루치 이자를 받는‘일수 찍기’를 하기 위해서다. 신씨는 "업주들은 울상이고 은행도 부실이 늘어날까 걱정이지만 2·3차 성매매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던 술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털어놓았다.
특별법이 우리나라 성매매 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과도한 접대문화의 고리도 끊고 있다. 반발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번에야말로 ‘성매매 천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이후 지난 18일까지 검거된 성매매 사범은 모두 3,354명으로 이 중 성매수 남성은 50.6%인 1,696명에 이른다. 성 매수자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은 성매매 수요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성매매 업소를 벗어나려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6곳의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는 99명(정원 115명)의 여성 중 39명(39.3%)은 특별법 시행 이후 들어온 여성이다. 이는 법 시행 전 한 달간 입소한 여성수 17명의 2.3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반면 경찰의 단속 및 성매수자 처벌 강화에 따라 집창촌 룸살롱 등과 인근 상권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강남역 인근 F 룸살롱 관계자는 "아예 문을 닫은 가게도 여러 곳"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집창촌인 자갈마당에서 성업했던 시중은행 지점이 문을 닫는 등 금융권에도 여파가 밀어닥쳤다. 양주 소비도 크게 줄었다. 위스키 업체 관계자는 "양주 매출이 절반이나 감소한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여파 외에 ‘젊은 남성들의 성욕 문제’를 거론하면서 단속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성매매 여성들도 ‘생존권’을 이유로 성매매를 정당한 직업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성매매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강조하는 것은 인권유린적 성매매 구조를 타파하려는 법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성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매매 경제 규모는 연간 24조원에 달하지만 이렇게 창출된 부가가치는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한다"며 "성매매 산업이 아닌 다른 활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