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상황이 못 마땅하고 견해가 다르더라도 가려야 할 말이 있다. 특히 교육자들이라면 언행에 남다른 분별이 있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사학단체 대표들은 우리나라 교육계의 대표들이다. 그런 이들이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자진폐교’까지 입에 올린 것은 놀랍고 개탄스럽다. 이는 교육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자, 애꿎은 학생들을 싸움판의 볼모로 잡겠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우리는 여당의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불가피한 현실을 일정 부분 수용한 절충안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전교조 측에는 더 이상의 무리한 학교 운영권 배분요구는 사학의 존립기반을 허무는 행위임을 지적하고, 사학 측에는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보는 의식에서부터 탈피할 것을 당부했다. 쟁점 조항들을 다시 논할 생각은 없으나 다만 사학 측이 폐교 불사를 운위하면서 "사학은 사회 공공재산이 아닌, 법인의 사유재산" 임을 재차 강조한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사학은 중고교의 40%, 전문대의 96%, 대학의 77%를 점하고 있다. 또 극소수 자립형 사립고를 제외한 사립중고교의 98%가 국고지원과 학생등록금에 의존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조차 재단 전입금은 전체 평균 6%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법적으로야 어떻든 현실적으로 공교육의 태반을 담당하고, 바로 그 때문에 국민의 돈을 지원받는 사학이 공공재적 성격을 전면 부인한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자진폐교라는 지극히 비교육적 발상은 바로 이런 이기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학법 개정에 대한 논의와 의사표시는 앞으로 충분하고도 다양하게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련 당사자 어느 누구도 교육자로서의 처신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사학 측은 정말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