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정수도 이전 얘기가 나올 때면 춘추시대 중국 고사가 생각난다.기원전 614년 산동성 지역에 있던 주나라가 서울을 옮겼다. 당시 임금이었던 문공은 ‘역’이라는 곳으로 서울을 옮기기로 결심하고 관습에 따라 길흉을 알고자 점을 쳤다. 점을 친 사관이 말했다. "백성들에게는 이로운 일이지만 임금님은 이롭지 않을 것입니다." 나라 전체로는 좋은 결정이지만 임금 개인적으로는 신상에 해가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를 듣고 문공이 말했다. "백성에게 이로운 것이 바로 나에게 이로운 것이다. 임금이 있는 까닭은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백성들에게 이롭다면 나는 반드시 서울을 옮길 것이다."
그러나 임금을 위하는 사람들은 "더 오래 사실 수 있는데 왜 굳이 서울을 옮기느냐"며 말렸다. 문공은 이렇게 답했다. "임금의 진정한 명(命)은 백성을 위해서 일할 때 있는 것이다. 일찍 죽는가 늦게 죽는가 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진정한 명이라 할 수 없다. 백성에게 이롭다면 도읍을 옮기면 되는 것이다. 나에게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결국 주나라는 서울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후 문공은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무엇인가 찡한 것이 느껴진다. 이 사실은 ‘춘추좌전(春秋左傳)’이라는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대화를 옮겨 적은 듯이 사실만을 간략하게 기록했는데 여기서는 문공에 대해 아주 간결하게 다음과 같은 평을 달아놓았다. "천명을 알았다(知命)." 문공은 진실로 임금으로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는 칭송인 것이다.
공자가 말한 지천명(知天命)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인식하고 할 도리를 다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천명을 아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말들이 많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국민들까지 논의에 참여했으니 초미의 관심사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의견이 모아지기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첨예하게 대립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누가 어떤 의견을 내든 문공처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서 논의가 출발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마음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는 분들은 뒤로 물러나 빠져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성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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