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국보법 폐지 등 여당의 4대 개혁법안에 ‘올인’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그가 4대 법안 처리에 사실상 정치생명을 건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천 대표가 19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보법 폐지 후 형법상 내란죄를 보완하면 안보·처벌 공백이 없다는 것을 조목조목 역설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시간 10여분 동안의 간담회에서 율사 출신인 천 대표는 언론과 보수단체 등이 제기하는 구체적 사례까지 일일이 설명하며, 마치 법학교수가 법률강의를 하듯 반박 논리를 폈다. "북한은 내란목적의 폭동이 극한점에 달한 상태로 해석할 수 있고, 따라서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 등 목적성을 가진 각종 친북행위는 내란죄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요지였다. 천 대표는 우리당이 당론을 정했던 17일엔 "이번 정기국회내 국보법 폐지를 처리하지 못하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까지 했다.
국보법 당론을 정한 뒤, 여론이 좋지않은데다 당내에서조차 보수 성향 의원들이 "대체입법 주장을 계속 할 것"이라며 술렁이자, 천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팔을 걷어붙이고 4대 법안 내용을 만들거나 가다듬고, 당론 확정까지 밀어붙인 그로선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천 대표는 일단 이번 정기국회에서 4대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고야 말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국보법 폐지 후 내란죄 보완안이 가장 바람직하며 그것을 입법화해 낼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부담스러운 여론과 야당의 반발을 의식, 여지를 두기도 한다. 천 대표는 "20일 법안 발의 이후에도 한나라당과 최선을 다해 대화·토론하고 타협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으로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전개 상황을 봐가면서 새롭게 따져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상 4대 법안 처리 향배에 따라 여권의 핵심 리더로 자리하느냐 정치적으로 무너지느냐 여부가 달려 있는 상황 또한 천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논리적 원칙주의자이지만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천 대표가 여론과 야당을 설득해 낼 수 있을지, 정치적 기로를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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