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잉크 발명 美 채드 머킨 교수 방한"나노잉크는 요술잉크에요. 결혼반지 등 귀중품에 자신만의 표시를 눈에 띄지 않게 할 수 있죠. 반도체 등 전자부품을 지금보다 훨씬 작고 값싸게 얼마든지 만들 수도 있고요."
19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회 나노바이오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채드 머킨(42) 미국 노스웨스턴대 화학과 교수는 자신이 발명한 ‘나노잉크’ 기술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나노’란 10억분의 1이란 뜻으로 한 물질을 이 정도로 작게 자르면 독특한 성질이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을 전자제품·의료기기 등에 응용하는 것을 ‘나노기술’이라고 한다. 이미 국내에도 은(銀)이 가진 살균력을 나노기술을 이용해 강화시킨 세탁기·냉장고 등이 나오고 있다.
머킨 교수가 1998년 발명한 ‘나노잉크’ 기술은 원자현미경의 탐침에 나노 크기로 자른 특수한 유기분자들을 묻힌 뒤 금판 위에 글씨를 쓰는 방법이다. 나노기술은 반도체 같은 정밀 전자제품 제작에도 응용되고 있다. 반도체의 회로선을 조각처럼 깎아내는 방식인 현재의 기술과 달리, 나노잉크 기술은 회화처럼 붓으로 회로선을 그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정교한 회로를 구성할 수 있다. 그만큼 반도체에 담을 수 있는 정보량도 늘어나 두 달치 신문에 실릴 정보량을 점 하나의 크기에 담을 수 있을 정도다. 불량품이 발생할 확률도 2배 이상 줄어 반도체 가격을 절반 이하로 싸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머킨 교수는 "큼직하고 보기에도 흉한 현재의 바코드를 나노잉크 기술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만들어 제품에 그리면 디자인도 살아나고 계산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며 "피 한 방울로 수 백가지의 질병을 판단할 수 있는 바이오칩 개발, 위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화폐 제작 등 나노잉크 기술이 응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89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머킨 교수는 지금까지 나노기술 관련 19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50개의 특허를 갖는 등 장래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2000년에는 자신의 기술을 실생활에 구현하기 위해 ‘나노스피어’와 ‘나노잉크’라는 두 개의 벤처회사를 차리는 등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는 정력적인 사업가이기도 하다. 머킨 교수는 "한국기업들도 나노잉크 기술에 관심이 많은 줄 안다. 짧은 기간에 놀라운 기술 향상을 해 온 한국이니 만큼 나노잉크를 응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의 가능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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