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열린 ‘항구적인 북한 위기: 차기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는 세미나에서 보수와 진보를 각각 대표하는 두 대북 전문가가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들의 의견 차이는 11월2일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미국 대북정책의 편차를 미리 가늠케 했다.민주당 성향의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을 쥐어짜는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북한의 경제개혁과 검증가능한 비핵화조치를 전제로 더 많은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시 정부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온 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 교체만이 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오핸런 연구원은 주제 발표에서 "일관성을 결여한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으로 북한 핵 문제가 더욱 악화했다"며 "누가 당선되든 차기 미국 정부는 북한과 대타협(Grand Bargain)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핸런은 "미국은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경제적인 구조개혁을 할 용의가 있는지를 시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경제구조 개혁, 재래식 병력 감축, 검증가능한 비핵화 시작, 납치 일본인 석방 등의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무역제재해제, 외교관계 수립, 역내 불가침조약 체결 등의 관대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오핸런은 "6자 회담에서 5개국이 북한을 쥐어짜려 하지 말고 북한에 근본적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더 강경한 비확산 안보구상과 무역제재로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북한 핵 문제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북한 정부는 각종 성명을 통해 무역확대와 민주화가 북한 정권 생존에 적대적임을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갖는 문제점으로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지킬지 회의적이며 ▦북한 핵은 더 이상 지역 문제가 아닌 세계적 문제로 그 해결 과정에서 이란 등 다른 지역 문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대북 대화 방법을 두고는 오핸런이 6자 회담과 북미 양자회담 병행을 강조한 케리식 해법을 옹호한 반면 에버스타트는 "신뢰할 수 없는 북한과의 양자 협상은 슬기로운 방안이 아니다"며 부시식 6자회담 접근법을 적극 지지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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