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실은 18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해외순방 평가 설문지’를 돌렸다. "기자들의 의견을 참고해 다음 순방을 기획할 것"이라는 취지문이 첨부돼 있었다. 대통령 해외순방을 계기로 청와대의 대언론 태도가 혹시 달라지는가 여겨졌다.그러나 불과 1시간 뒤. 청와대는 ‘참여정부를 말한다’란 제목의 김병준 정책실장 기고문을 돌렸다.
김 실장은 이 글에서 "신문을 읽다 보면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문을 뗀 뒤 "참여정부가 국책사업에 300조원의 신규투자를 하는데 그 대부분이 국가부채로 남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등 일부 언론의 ‘잘못’을 일일이 꼬집었다. 글 가운데 절반은 언론과 야당을 겨냥한 내용들이었다.
같은 날 이해찬 총리는 베를린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조선·동아일보 등을 겨냥해 "노 대통령이나 나나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9위로 추락한 세계경제포럼 조사가 언론에 크게 보도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터트렸다.
언론에 대한 ‘참여정부’의 불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어서도 낡은 테이프를 돌리듯 ‘일부 언론과 야당 탓’만 계속 거론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처방을 제시하는 본업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네 탓’만 해서는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정부는 엉터리 경기전망에 대해 먼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관계자가 올 초 "2·4분기에 내수가 회복될 것" "금년 중 주가지수가 1,000 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 호언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김광덕 정치부 기자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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