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이 다양하지 못한 이월상품 매장을 들른 듯이, 은행 창구에 발걸음을 해봐도 마땅한 투자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가 상승분도 보전해주지 못하는 정기 예·적금 상품이나, 주가지수에 연동되는 주가연동상품 등이 고작이다. 저금리에 따른 은행 상품 고갈 현상이다.비록 주류 상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꼼꼼히 눈 여겨 살펴 본다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아이디어 신상품도 적지 않다. 다소 낯설고 독특한 구조 때문에 투자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선택을 한다면 일반 예금 금리를 크게 웃도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신종 연동 상품을 눈 여겨 보라=주가지수연동상품에서 출발한 지수연동상품은 환율, 해외 지수 등으로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는 중. 특히 최근엔 금 시세, 미 국채 지수 등에 연동하는 상품까지 등장하는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신한과 조흥은행이 공동 개발해 판매(19~27일)하는 ‘골드지수연동 파워인덱스정기예금’은 이름처럼 금 시세에 금리가 연동되는 상품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런던 금시장협회(LBMA)에 의해 결정되는 ‘골드 지수’에 연동된다. 예를 들어 ‘골드지수 상승형 1호(6개월)’의 경우, 만기 골드지수가 기준 지수 대비 20% 이내에서 상승하면 최고 연 14.13%의 금리를 지급한다. 단, 가입 기간 내에 한번이라도 20%를 넘어가면 정기예금 금리에 못 미치는 연 3.53%로 추락한다.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은 국내 처음으로 미국 국채 지수에 연동하는 ‘다우존스 CBOT 국채지수연동예금’ 2호와 3호를 판매(13~29일)하고 있다. ‘다우존스 CBOT 국채지수’는 10년물 등 미국 장기 채권 시장의 움직임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수. 2호 상품의 경우 가입 기간(1년) 내에 국채 지수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최고 연 10%의 금리를 지급한다. 한미은행측은 "주가지수보다 변동성이 훨씬 낮은 국채 지수에 연동하기 때문에 상당히 안정적"이라며 "특히 미 국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채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간신히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는 ‘0% 금리’의 경우도 설정돼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 고수익 장기 투자는 은행 채권으로=지난해 초부터 국내 은행권에서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된 하이브리드채권은 고정적인 고금리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제격이다. 하이브리드채권은 채권처럼 매년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만기가 특별히 고정돼 있지 않으면서도 매매가 가능한 신종 자본증권이다.
신한은행이 28일까지 3,000억원 한도로 판매하는 하이브리드채권의 금리는 연 5.7%.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만기는 일단 30년으로 정해졌지만 은행이 연장하거나 단축할 수 있다. 신한은행측은 콜옵션 자격이 부여되는 5년 뒤 현금으로 조기 상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주식의 성격을 갖고 있어 은행 파산 시 일반 채권에 비해 변제 순위가 밀린다는 것은 기억해둬야 한다.
일반 채권이지만 선순위 채권에 비해 변제순위가 밀리는 후순위채도 여전히 괜찮은 투자 상품이다. 최근 후순위채 발행 금리는 연 5%대 초반 수준. 현재 후순위채를 판매하고 있는 은행은 없지만, 발매 즉시 매진이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평소 거래 은행에 미리 부탁을 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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