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회장에 부여 검토" 논란*시민단체 "시장 견제기능 무력화"반발
*정부도 "소유지배구조 괴리 커질 것"
*삼성등 재계선 "공론화 자체가 성과"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재벌그룹 오너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차등의결권이란 노르웨이 등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지배주주에게 보통주의 수 십배에서 수 백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도록 하는 제도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에 따르면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될 경우 최대 수혜자인 삼성 등 재계는 ‘논의가 공론화한 것만도 큰 성과’라며 반기고 있는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시민단체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M&A를 막고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 차등의결권 도입을 꾸준히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차등의결권이 도입된다고 해도 정관을 바꾸려면 주주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등 난제가 많다"며 "공정위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규제를 완화하면 굳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고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상법의 ‘1주 1의결권’ 조항에 대해 특례를 마련하면 법률적으로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유통되는 주식에 대해서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기 힘들겠지만, 유상증자 등으로 신규 발행된 주식에 대해서는 차등의결권을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의 열띤 반응과는 달리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법 개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여당도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밝히고 나서 실현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이번 논란의 진원지인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소유지배구조간 괴리가 커지게 되며, 이미 제도를 시행중인 국가들도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참여연대 관계자 역시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삼성전자의 M&A 가능성을 전제로 기업에 대한 시장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방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 공정거래법 처리 과정에서 재벌계열 금융사에 대한 의결권 축소 방안이 이번 차등의결권 도입 논란으로 촉발된 부정적 여론 때문에 후퇴될 가능성도 있다"며 논란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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