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를 키우면서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실감하고 있다. 젖 먹이기, 기저귀 갈아주기, 엉덩이 씻어주기 등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불규칙한 잠버릇으로 잠을 설칠 때 힘이 든다. 게다가 둘 중 하나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고통은 더욱 커진다. 병원 다니랴, 아이들 키우랴, 방송 프로그램 만들랴 정신없는 1년을 보내고 있다.희망은 아이들의 신체변화를 통해서 나타났다. 이가 나고, 잠을 규칙적으로 자고, 이유식을 먹고 일어서기 시작하자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감정표현을 통해 의사소통까지 가능해지자 아이들이 동등한 인격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여의 기간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방송프로그램의 성장과정 역시 육아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맨 처음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의 노심초사, ‘이것이 프로그램으로 성립하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을 기억한다. 섭외가 계속해서 안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시청률이나 평가 중 한가지는 건져야 된다는 조바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프로그램은 안정되는 것 같았고, 좋은 평가를 받고 굵직한 상도 타게 되었다.
개인사정으로 잠시 프로그램 제작에서 손을 놓아야 했다. 그 아쉬움이란 자녀를 남의 손에 맡기는 애절한 느낌 그 자체였다. 행여 프로그램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끊이지 않는다.
봄, 가을 두차례 개편에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환절기에 감기 등으로 홍역을 앓는 것처럼 프로그램도 개편 때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홍역을 앓는다. 자식과도 같은 프로그램을 만든 수많은 PD들,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낼지… 가을 밤이 하얗고, 하얗다.
/홍경수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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