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인권법이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다. 탈북자를 돕는 민간단체에 해마다 2,000만달러를 지원하고 대북 선전방송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인 이 법은 우리의 대북 정책에도 어려운 과제를 던졌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한 인권압력에 적절히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북한의 반발을 억제하고 인권상황 개선을 유도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관련된 어떤 문제보다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본다.미국의 대북 인권정책이 곤혹스러운 것은 북한이 이를 체제를 흔들고 붕괴시키려는 적대 정책이라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당장 북핵 6자회담의 파탄을 경고하고 있어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에 큰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탈북자 지원정책이 집단 탈북을 부추길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에 이를 수 있다. 사회 전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잘 헤아려야 한다.
물론 인권을 강조하는 이들은 북한주민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모른 체해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마당에 우리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란 것이다. 그러나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사회가 북한주민의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것과, 미국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탈북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그 의도와 결과가 전혀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주민의 인권 향상에 실질적 도움은 주지 못한 채, 북한의 체제불안을 부추겨 한층 폐쇄적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정에 비춰 정부는 북한이 스스로 처한 현실을 인식,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라 적극적인 개방의 길로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에도 탈북자 지원정책이 남북 평화공존의 기본 틀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 점을 깊이 되새겨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