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쇤베르크(1874~1951)의 ‘달에 홀린 피에로’는 현대음악으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작품이다. 1912년 초연 당시 반응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현대음악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무조음악의 걸작인 이 작품은 벨기에 시인 알베르 지로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소프라노와 5명의 실내악 앙상블이 연주하는 멜로드라마다. 그런데 시의 내용도 음악도 영 으스스하고 기분 나쁜 것이 꼭 귀신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박자는 흐릿하고, 구성은 복잡하고, 느낌은 이상 야릇하다. 밤과 달과 피를 상징하는 검정과 흰색, 빨강의 색채 이미지를 배경으로 신랄한 조롱과 우울한 환상, 불안한 긴장이 관통한다.
곡은 전체 3부, 각각 7편의 시로 되어있고, 각 곡은 평균 연주 길이가 1분 30초 밖에 안 된다. 하지만 노래마다 악기 편성이 달라서 느낌이 확 다른데다 저마다 밀도가 대단해서 청중들로서는 다채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작품이 낯설고 괴상하게 들리는 이유 중 하나는 노래도 낭송도 아닌 이른바 ‘슈프레히슈티메’(Sprechstimme) 창법 때문이다. 속삭임과 외침이 섞여 있고, 갑자기 미끄러졌다가 느닷없이 솟구치기도 하는 이 독특한 창법은 쇤베르크가 처음 도입했다.
국내무대에서 이 작품을 들을 기회는 별로 없다. 슈프레히슈티메를 구사하는 가수가 거의 없는데다,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이 적은 탓이다. 현대음악앙상블 TIMF가 모처럼 이 곡을 포함한 쇤베르크 음악회를 21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 준비했다. ‘달에 홀린 피에로’는 독일 소프라노 카롤라 슐뤼터가 노래한다. 쇤베르크의 마지막 실내악 작품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1949년), 젊은 여성 작곡가 홍성지의 ‘임페투오소‘(impetuoso, 격렬함·맹렬함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2002년)도 들을 수 있다. ‘임페투오소’는 플루트(피콜로)·베이스클라리넷·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곡이다. (02)751-9606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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