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27·CJ·사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18일(한국시각) 끝난 삼성월드챔피언십의 성적표는 그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최종합계 15오버파 303타, 출전선수 20명 가운데 혼자 오버파를 하며 꼴찌가 됐다.
이븐파로 박세리 덕에 꼴찌를 면한 로라 데이비스(미국)와 15타차, 18언더파로 역전우승을 일궈낸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는 33타 차이. ‘소렌스탐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고 했던 표현이 무색하다. 3라운드에서는 1개의 버디도 없이 보기만 8개를 토하며 망신을 당했다. 박세리가 80대 타수를 친 것은 올 들어 두번째. 7월 에비앙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더블보기 4개, 보기 2개를 묶어 9오버파를 쳐 팬들을 경악케 했다.
박세리는 지난달 6일 스테이트팜클래식에서 공동66위에 그치자 스스로 ‘한달간 출전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미 플로리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톰 크리비 전담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샷을 점검하고 심리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약발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망가졌다.
이번 대회 그의 샷은 총체적 난조였다. 어느 하나를 고쳐서 될 것이 아니었다. 드라이버 샷, 아이언 샷, 퍼트 모두가 박세리를 울렸다. 가장 큰 말썽은 올 시즌 고질병으로 등장한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물론 비거리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 56차례 중 페어웨이를 지킨 것은 26차례, 평균 비거리도 254야드에 불과했다.
티샷이 엉망이다보니 아이언샷도 무너졌다. 그린적중률이 55.5%에 그쳐 버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퍼트도 마찬가지. 라운드당 평균 29개로 출전 선수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일단 심리적 측면을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목표 상실에 따른 심리적 허무감’이라는 것이다. 5월 미켈롭울트라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자격을 얻은 뒤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진단이다. 김재열 SBS해설위원은 "세계적인 선수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정신적 문제 외는 없다"며 "명예의 전당 입회 등으로 목표를 상실해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리도 "13년동안 지금처럼 자신을 잃었던 적이 없었다"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또 박지은 한희원 등 후배들의 급부상, 자신과의 격차를 더욱 벌이고 있는 소렌스탐에 대한 초조감 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복잡한 가정사도 그의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박희정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