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한 나라가 경제적 성과를 내는 데는 모방, 개량, 혁신이라는 세가지 매커니즘이 있습니다. 한국은 과거 모방에 의존해 성장하다 개량으로 넘어왔고 이제는 혁신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하지만 지식수준, 즉 교육 경쟁력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세가지 방법중 ‘렌트’(Rent)라는 경제학 개념과 관련이 큰 것이 혁신입니다.렌트란 공급량이 많지 않아 희소성이 높은 상품의 가격을 말합니다. 그 어원이 땅값(지대)인 것은, 척박한 토지와 비교할 때, 비옥한 토지의 지대가 더 높은 것은 그런 비옥한 토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죠. 땅이 비옥해서 산출이 많다 해도 그런 땅이 무한정 있다면 아무도 높은 지대를 내려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경우 지대는 ‘0’이 되겠죠.
혁신의 결과물인 신제품도 그것이 희귀하기 때문에 렌트를 부여받아 가격이 높은 것입니다. 이처럼 렌트는 혁신의 보상으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어떤 렌트는 인위적 규제나 진입장벽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주유소 인허가 특별법을 새로 만들고, 소수 사업자에게만 허가를 내주면 소비자들은 주유소 찾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경우 주유소 사업자들은 기름을 비싸게 팔려고 할 것이고, 이때 가격 상승분은 인위적 렌트가 되는 셈이죠. 규제가 많은 사회일수록 이런 렌트가 많으며 이런 렌트를 확보하려는 로비가 성행하게 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자원의 낭비입니다.
이것을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activity)라고 부르면서 낭비라고 보는 것은, 그런 행위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활동이 아니라 단지 부를 이전하는(가령 소비자로부터 주유소로 이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어떻게 하면 많은 렌트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지식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혁신은 곧 ‘문제해결의 새로운 방법’이고 이를 위해서는 사물간의 인과관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20세기까지의 경제가 물질이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식이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이는 지구상의 최대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가진 것이라곤 그의 지식밖에 없었다는 것에서도 증명이 됩니다.
결국 국가의 흥망성쇠는 그 국가가 특유의 렌트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고, 이는 지식의 생산과 확산 시스템의 차이에 의해 결정됩니다. 교육과 함께 기업과 학교간의 관계, 기업간의 지식교류 관계, 정부의 역할 등의 요소가 어떤지가 중요한데, 이를 국가혁신시스템(national innovation system)이라고 합니다. 또 한 나라나 기업의 지식창고를 지식기반(knowledge base)이라고 합니다. 이 창고 속에 들어있는 지식 기반의 차이가 국가간의 성패를 갈라놓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나라간에 격차가 줄어드는 수렴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남의 지식 기반을 모방하거나 따라잡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식은 암묵성(tacitness)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말이나 글로 표현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전달이나 학습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테니스에서 서브를 하는 기술을 책만으로 배우기는 힘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지식학습의 어려움 때문에 나라간의 지식 및 소득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 것이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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