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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뉴스 말고 연극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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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뉴스 말고 연극으로 만나요

입력
200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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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 2편 눈길*‘햄릿’ 중동정세 맞게 재해석 ‘알 햄릿 서밋’

*실험적 형식 돋보이는 ‘슐라이만 실종사건’

올해로 4회를 맞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23일까지)는 미지의 세계였던 중동 연극에 눈을 뜨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자리다. 해외초청 연극 3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알 햄릿 서밋’(원제 ‘Al Hamlet Summit’)과 실험적 형식이 돋보인 ‘슐라이만 실종사건’(원제 ‘Looking For A Missing Employee’) 이 중동 연극. 우리와 교류가 없다시피 한 중동 연극의 스페셜이나 다름없는 프로그램 구성이다.

‘아라비안 나이트’로 대표되는 이야기적 전통과 세계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린 이란의 거장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등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아랍의 예술수준은 결코 만만치 않다. 유럽 연극을 기반으로 하는 중동연극 또한 매우 탄탄하다는 평을 듣는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국가의 지배를 받은 과거를 지닌 중동의 연극은 전통 깊은 유럽 연극을 받아들인데다가 중동 사람들의 독특한 에너지를 발산해 독특한 매력이 있다. 검열 같은 여건상 한계도 있지만, 지적으로 연극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19일부터 21일까지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될, 쿠웨이트 연출가 겸 극작가 슐라이만 알 바쌈이 쓰고 연출한 작품 ‘알 햄릿 서밋’은 아랍의 복잡다단한 정세를 재해석한 정치 드라마다. 2002년 카이로국제실험예술제, 에딘버러페스티벌, 올해 도쿄국제아트페스티벌 등에 참가, 아랍과 유럽에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알 햄릿 서밋’은 햄릿, 클로디어스, 거트루드 등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등장인물들을 이름을 알 수 없는 아랍 국가의 정상회담장으로 시·공간을 이동시켰다. 고뇌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 햄릿과 자살폭파범으로 비극적 운명을 맞는 오필리어 등을 등장시키면서, 서방의 중동 착취 같은 현대 중동지역 문제의 핵심을 건드린다. 유럽 연극계에서 많이 시도하고 있는 테이블에 숨겨진 카메라로 무대 위 배우들의 감춰진 제스처까지 스크린에 투영한다.

17일까지 사흘간 선보이는 레바논 출신 라비 무레이의 ‘슐라이만 실종사건’은 연극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실험성으로 충격을 준다. 슐라이만 라팟이라는 공무원의 실종사건을 다루는 보도를 소개하면서 레바논의 부패한 정권을 폭로함과 동시에 매스미디어 보도의 진실성에 의문을 진지하게 제기한다. 주제의식보다는‘컨퍼런스연극’이라고 분류되는 형식적 도전에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다. 무대 위에는 스크린만 두고, 그 스크린에 무대 뒤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이 투사하고 관객은 스크린을 보는 형식이다.

미국의 이라크전 등 최근 중동정세에 대해 국내외의 관심이 쏟아지지 않았다면,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이 같은 중동 연극을 소개하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번 행사를 맡은 김광림 예술감독은 "도쿄국제아트페스티벌은 오랫동안 중동 연극에 투자해올 정도로 큰 관심을 보여온 것과는 달리 국내에는 그동안 거의 소개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면서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현대 중동 연극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모처럼의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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