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와서 살아보니 어느 집이나 아이가 애물단지다. 잠시 어딜 가더라도 데리고 가거나, 그게 아니면 이웃집 누구에게 부탁해야 한다. 하루종일 집을 비울 때는 더욱 그렇고, 한두 시간쯤 시장에 다녀오는 동안, 또 한나절 외출에도 아이를 부탁한다.우리가 어릴 때는 어머니가 잠시 집을 비운다고 이웃집에 아이를 부탁할 수가 없었다. 집집마다 논밭으로, 혹은 멀리 시장으로 장거리를 이고 그걸 팔러 가야 하기 때문에 집에 남아 일삼아 남의 아이를 봐줄만한 사람도 없었다. 언니거나 누나거나 형이거나 오빠가 동생을 본다. 그러나 하루 종일 집을 비우고 시장으로 갈 때, 그날 시장에 가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부탁은 종종 한다. "우리 단지 좀 봐줘."
동네 우물가에 집집마다 나란히 내다 놓은 그 단지에는 여름부터 삭혀 쿰쿰한 냄새를 우려내고 있는 감자가루가 들어 있거나, 이번 가을에 산에서 주워와 떫은 맛을 빼고 있는 도토리가 들어 있다. 아이는 서로 봐주지 않더라도 우물가에 놓아둔 그 단지만은 누군가 낮에 한번 물을 갈아줘야 한다. 근래 나왔던 어떤 영화제목처럼 그것이 그 시절 우리 어머니들의 ‘나의 단지를 부탁해’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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