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교육위의 서울대 국감에선 고교등급제와 평준화 폐지 등에 대한 정운찬 총장의 최근 발언이 여당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정 총장은 "고교간 학력 격차를 인정,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시종 단호하게 맞섰다. 정 총장의 "(의원들이) 교육부의 ‘3불(不) 정책’을 재검토해 달라"는 역공은 그 완결판이었다.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은 "고교 등급제를 옹호한 정 총장의 발언으로 국민들이 혼란에 빠졌다"며 "특정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특목고에 다닌다고 해서 더 인정해 주는 건 잘못된 차별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같은 당 정봉주 의원도 "정 총장이 본고사와 고교 등급제를 옹호한 것은 교육부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며 "누가 옳은지를 가려 정 총장과 안병영 교육부총리 중 한 사람이 물러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고교 등급제를 옹호한 적이 없다"며 "다만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는 분명하다"고 맞섰다. 지병문 의원이 "대학의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그건 국가 정책에 반(反)해서 인정되는 자율성이 아닌가"라고 다그치자 정 총장은 "그러니까 의원들께서 3불 정책을 재검토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해 국감장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이어 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교육계의 영향력에서 교육부총리에 버금가는 정 총장이 최근 중학교 입시를 부활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정 총장은 즉각 "학생들이 어릴 때 거르는 과정을 두는 게 계층 이동이나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최재성 의원이 "평준화를 폐지하면 고등학교 선발은 어떻게 되느냐"고 하자 정 총장은 "그건 고등학교에 맡기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정 총장은 또 "서울대가 세계 대학 순위에서 153위 밖에 안 되는 게 창피하지 않느냐"는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의 지적에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받아 쳤다.
서울대 폐지론에 대해선 "서울대가 없어지면 우리나라 장래는 어둡다 못해 아예 없다"며 "서울대의 학교발전기금이 하버드 대학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데 투자를 늘려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한나라당 측은 "정 총장처럼 당당하고 소신 있는 교육자가 있는 것은 첩첩 산중에 등불이 하나 켜 있는 것과 같다"(김영숙 의원), "정 총장의 소신 있는 발언을 높이 평가한다"(안상수 의원) 등 정 총장 띄우기 발언을 남발해 실소를 자아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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