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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잠수함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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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잠수함 술래잡기

입력
200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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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군에 잠수함이 없던 시절, 미국 핵 잠수함이 휴식을 위해 진해기지에 들어 올 때면 기회 훈련이란 이름으로 잠수함 탐색 훈련을 했다. 미군이 훈련 시각과 장소, 물밑 기동형태 등을 미리 알려주면 우리 함정들이 대기하다가 술래잡기를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예측 가능한 잠수함의 자취를 전혀 찾지 못해 훈련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이럴 때는 꽁꽁 숨은 술래가 제풀에 지쳐 밖으로 나오듯이 잠수함이 수면 가까이 떠올라 위치를 알린 뒤 훈련을 계속했다. 그만큼 물밑에 숨어 다니는 잠수함을 찾기는 어렵다.■ 수중 잠수함을 음파탐지기, 소나(Sonar)로 찾는 첫째 방법은 레이더 전파처럼 음파를 발사해 표적을 확인하는 능동 소나 방식이다. 둘째는 물밑에 귀를 기울여 잠수함 스크루 소리 등을 잡는 수동 소나 방식이다. 그러나 음파는 수중 도달거리가 짧고 굴절되기 때문에 표적 찾기가 쉽지 않다. 또 바다 속에는 새우 고래 물고기떼와 바위 등 자연 물체와 소음이 많아 잠수함과 식별하기 어렵다. 이런 제약 때문에 미 해군도 잠수함에는 취약하다. 우리 해군이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소음이 아주 적은 장보고함을 보유한 뒤부터 연합 훈련을 하면, 핵 잠수함과 초계기까지 동원한 미 함대가 장보고함의 방어망 침투를 탐지하지 못해 모의 공격에 당하는 때가 있다고 한다.

■ 남북한과 미 일 러시아 등의 해군력이 몰리는 동해는 넓고 깊어 잠수함 천국으로 불린다. 이에 따라 미국은 냉전시대 소련 전략 핵 잠수함을 겨냥, 정찰위성과 고공정찰기 및 고정된 수중장치 등 겹겹의 감시망을 만들었다. 재래식 잠수함 수십 척을 가진 북한도 감시 대상이다. 그러나 이런 첨단 감시체계도 적 잠수함이 기지를 드나들거나 수면 가까이 항해할 때의 자취를 종합, 움직임을 추정하는 데 그친다. 핵 잠수함은 물론이고 재래식 잠수함도 본격 잠항하면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 미국이 수시로 알려주는 적 잠수함 정보를 이용해 우리 해군이 북한 잠수함 침투를 탐지한 적은 공식적으로는 한번도 없다.

■ 미군 첩보를 토대로 해군이 동해에서 북한 잠수함 탐색 작전을 잇따라 폈으나 아무 것도 찾지 못한 사실이 거듭 공개됐다. 이에 따라 대 잠수함전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미국의 첨단감시체계가 부각되고 있다. 여기서 정작 궁금한 것은 평소 실속 없는 첩보에 유난히 적극 대응하고, 아무 성과 없는 군사작전을 비판을 감수하면서 굳이 떠들썩하게 알린 배경이다. 당장 대잠 초계기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서 숨은 의도를 일부 짐작한다. 그러나 미국의 첩보능력을 과장해서 부각시키는 데는 한미 군사동맹의 가치를 새삼 강조하려는 더 큰 뜻이 작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다 좋지만, 엉뚱한 술래잡기 놀이로 공연히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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