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들인 비축시설도 무용지물화1997년 정부의 석유수입자유화 조치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던 석유 수입사들이 고유가 여파로 줄줄이 수입을 포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십억원씩 들여 건설한 대규모 비축시설이 빈 채로 방치돼 국가적인 자원 손실 우려가 일고 있다.
17일 산업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때 40여 개에 달했던 완제품 석유 수입사가 최근 고유가와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수입업을 포기, 현재 4,5개만이 소규모로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수입사 가운데 유일한 코스닥 등록업체였던 리드코프가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던 석유수입업을 포기하고 금융사업에만 전념키로 결정했다. 최대 석유수입사였던 페타코 페트로륨이 지난 해 부도를 낸 데 이어 5월엔 국내 최대 벙커C유 전문 수입업체로 급성장했던 휴론마저 자금난으로 의무비축물량을 채우지 못해 영업이 정지됐다.
또 코엔펙은 석유 수출입업을 반납했으며 수입사의 대표격인 타이거 오일도 지난달 사실상 수입업을 접고 국내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 제품을 공급 받아 판매하기로 했다. 타이거 오일은 이 달 안으로 산자부에 수입업 등록말소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입사들의 고사 위기는 지난해 7월 정부가 원유와 석유 완제품의 관세 차이를 2%에서 4%로 인상함에 따라 수입사들이 국내 정유사 석유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고유가 여파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폭등세가 지속되면서 타격은 가중됐다.
석유제품시장에서 수입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1%에서 올해 상반기 2.4%로 급감했다. 올 상반기 수입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1,185만배럴의 3분의 1수준인 411만배럴에 머물렀다. 특히 페타코 부도 이후 금융권이 여신규제를 한층 강화해 수입사들은 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겪으며 고사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석유비축시설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타이거오일, 리드코프, 코엔펙 등 3개사는 최근 원유와 석유완제품의 관세 차등화를 철회하고 780억원을 들여 만든 평택항과 목포항의 225만3,000배럴 규모 비축시설을 정부가 매입하거나 임차해 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총리실 등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정부는 민간비축 시설이 낮잠을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석유공사를 동원, 원유 3,600만배럴, 석유제품 380만배럴 규모의 대형비축 시설을 건설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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