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병이자 치료도 쉽지 않은 류마티스 관절염은 의사와 환자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대표적 질병이다. 환자는 의사를, 의사는 환자를 불신한다. 원숭이골, 지네, 조랑말뼈, 소변, 나병약을 먹는 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처럼 온갖 대체요법에 매달리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류마티스연구회는 자체적으로 전국의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119명을 대상으로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이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은 무엇인가. 이수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 연구회 회장(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의 도움으로 해답까지 찾았다.▲환자들의 오해
1.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면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라고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보통 류마티스 인자의 양성율을 알기 위해 혈액검사를 실시하는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70~80%에서 검출이 된다. 정상인의 경우에도 양성율은 10% 정도이다. 60세 이상에서는 건강하더라도 양성율이 20~30%까지 증가할 수 있다. 검사명에 류마티스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서인지, 종합검진 의사들도 간혹 오해할 때가 있다. 일반인들은 ‘관절염 가능성이 있으니 전문의를 만나보라’는 정도의 권고를 류마티스 관절염을 가진 것으로 오해하지는 말라.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단은 피검사로 하는 게 아니라, 의사의 시진 촉진 문진에 의해 이루어진다.
2.류마티스 관절염 약은 독해서, 위를 버린다
대부분의 소염진통제, 혹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가 위에 상당히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환자는 약을 한 두번만 먹어도 위가 아파 약을 못 먹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오래 전에 개발된 일부 약물들은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최근에 개발된 제제들은 거의 위에 영향이 없다. 따라서 무조건 소염진통제는 위를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혹시 위장 증세가 나타난다면 식사 도중에 약을 먹거나 위장약을 함께 복용하면 된다.
3.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약은 없다.
환자의 진단시기, 관절염 상태에 따라 메소트렉세이트, 항말라리아제, 설파사라진, 레프루노마이드 등 다양한 치료제를 사용해 증세를 호전시키고 관절염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또 최근엔 관절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종양괴사 인자의 기능을 억제하는 새로운 주사제도 개발됐다. 이 주사제의 장점은 기존의 치료제에는 반응하지 않는 일부 환자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의 궁금증
1.류마티스 관절염은 완치할 수 있나
5~10%에 해당하는 환자는 완치를 경험한다. 비록 완치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환자들도 투약을 계속하면 증상없이 지낼 수 있다. 실제로 치료약을 중지하게 될 정도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많은 수는 아니다.
2.치료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
증세가 좋아지면 약의 용량과 약의 종류를 줄이게 된다. 복용 중지 후 재발하지 않으면 투약을 중지할 수 있다.
3.치료약을 한약과 함께 복용해도 되나
한약이 관절염을 좋게 한다는 입증된 정보가 없고, 한약과 치료약 사이에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다. 양의사 입장으로 보면 가급적이면 피하는 게 좋다.
▲환자들의 편견
1.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대한 비판적 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 요즘엔 암을 선고받아도 불치병이란 말을 잘 쓰지 않는 시대인데, 관절염은 불치병이라고 한다. 의사들조차 공공연히 환자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치료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류마티스 관절염은 완치가 되지 않는다’ ‘관절염약은 부작용이 심하다’는 환자들의 태도이다.
2. 약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항류마티스제가 부작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부작용은 예측과 조절이 가능하다. 부작용이 심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중지하면 오히려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픈 생활습관
1.규칙적인 약 복용
하루 두 번 먹는 약을 증상이 좋아졌다고 한번으로 줄이거나 중지하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 정해진 날과 시간에 처방받은 용량의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2.질병 극복에 대한 신념
류마티스 관절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다. 생활하는데 불편이 있을 뿐이다. 노력하는 만큼 생활의 질이 올라간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더욱더 안전하고 우수한 약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3.적절한 신체활동 필수적
과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에는 운동자체가 관절을 파괴할 것이라는 생각에 환자들에게 가급적 운동을 삼가라고 권했었다.
실제로 급성관절염 환자들이나 만성적으로 관절염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무리한 운동은 관절염을 악화시키고 관절 내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관절에 과도한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운동은 오히려 질병에 도움이 된다. 가볍게 걷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송영주 의학전문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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