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자들의 실업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조어가 생긴지도 오래됐다. 문제는 대졸자 실업이 개선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해외 연수, 취직 준비 등으로 상당 기간 더 학교 안에 머문다. 그런데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워낙 대졸자의 수가 많고 눈이 높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지않은 데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적 자원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기업의 주문에 따라 양성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맞춤형 교육’이 그것이다. 기업은 당장 필요한 사람들을 쓸 수 있고, 대학은 취업 걱정을 덜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이다. 맞춤형 교육은 특히 이공계가 상대적으로 활발하다. 삼성 LG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들도 갈수록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대학에 전공과목을 개설해 강의를 전담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 서울 시내 4년제 대학 졸업생 10명 중 4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료는 높은 대졸자 실업률 못지않게 개별 대학의 취업률을 처음 공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각 대학별로 지난 4년간 취업률을 밝히면서 학과별로는 어느 과가 제일 높고 낮은 지를 함께 공개했다. 삼성그룹이 하반기 신입 사원을 채용하면서 ‘취업 재수생’들의 응시 기회를 배제한 것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을 보면 이 같은 자료가 왜 관심을 끄는지 이해가 간다.
■ 취업률에 따라 대학들을 한 줄로 세우고, 대학 내에서는 학과별로 취업률의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배가 고픈데 이 먹거리가 몸에 좋으냐 나쁘냐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학이 단지 취업자 양성소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인문학 뿐 아니라 대부분 기초 학문이 위기라고 한다. 그 위기를 취업 최우선주의에 빠진 우리가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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