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임을 알리겠다고 위협, 금품이나 성행위 등을 요구하는 ‘아웃팅(폭로) 협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경기 과천 모 고교에 다니는 동성애자 A(18)양은 8월말 휴대폰으로 한 통의 괴전화를 받았다. 프리랜서 기자라는 30대 남성 김모씨가 만나서 성관계를 갖자고 한 것이다. A양은 거절했지만 김씨는 계속 전화를 걸어 "만나 주지 않으면 학교로 찾아가 동성애자임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A양은 할 수 없이 김씨와 함께 여관으로 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10일 김씨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수사 결과 전직 고교 교사였던 김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청소년이 4명이나 됐다. 김씨는 청소년 동성애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알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한국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 따르면 이 모임의 홈페이지에는 아웃팅 협박 피해사례가 70여건이나 신고돼 있다. 부산 여성소수자인권센터, 한국성적소수자 문화인권센터, 남성 동성애자 인권모임 ‘친구사이’ 등 다른 동성애자 인권단체에도 아웃팅 협박 상담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성 소수자 위원회 자문위원인 이은우 변호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처럼 수사 과정상 익명을 보장하는 등 동성애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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