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 연장 방침을 굳혔다. 국방부가 육·해·공 참모총장이 참가한 각군회의에서 연장 방침을 확정했고, 곧 국무회의를 거친 파병 연장 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과 시민단체가 일찌감치 파병 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태도로 보아 동의안의 국회 통과 자체는 별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반대론은 애초의 파병 반대 때와 마찬가지다. 이라크 평화재건 지원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것이어서 도덕적 정당성이 없고, 결과적으로 국민을 위험에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찬성론은 처음 파병 때와는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파병 찬반 논란 때문에 자이툰 부대의 출국이 늦어져 이제 막 아르빌에 도착한 만큼 최소한 1년의 기간 연장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거센 반대를 무릅쓴 파병이니 더욱이 원래 겨냥한 파병 목적을 달성해야지, 중도 하차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잃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논리에서 출발한 양측의 논란은 이번에도 마땅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국회 의석분포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같은 결론이 나더라도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라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파병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에 무게를 두면서도 정부의 태도를 주시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파병이 결정됐으면 그 논리를 분명히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다. 제 국민을 전장에 보내 놓고 의붓자식 몰래 돌보듯 쉬쉬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처음 자이툰 부대를 파견할 때처럼 이번에도 또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할 일이 아니다. 이번에는 정부의 당당한 설명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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