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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학史 끊어진 고리 이은 기분"/ 해방 직전 희곡 등 81편 발굴 이재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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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학史 끊어진 고리 이은 기분"/ 해방 직전 희곡 등 81편 발굴 이재명 교수

입력
2004.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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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연문학사의 끊어진 고리를 다시 이은 기분입니다."이재명(49)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17일 일제 말부터 해방 직전(1940~45년) 시기에 발간된 희곡과 시나리오 81편을 발굴해 9권의 책자로 엮어냈다. 이 교수가 발간한 ‘해방전 창작 희곡집·시나리오집’에는 작가의 월북 등으로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로 구성돼 있어 당시의 연극·영화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주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교수가 찾아내 수록한 작품들은 박영호의 ‘산돼지’, 송 영의 ‘신사임당’ 등 64편의 희곡과 일본어로 쓰여진 허 영의 ‘왕과 종(君と僕)’ 등 17편의 시나리오. 대부분 월북작가들의 작품들이어서 해방이후 남북의 이념 대립 속에 평가가 의도적으로 폄훼되거나 아예 금기시되면서 원본 자체가 자취를 감추었던 희귀작들이다. 특히 북한 학자에 의해 ‘오빠는 풍각쟁이’라는 노래의 작사가로 밝혀지기도 한 박영호의 경우 80여편의 희곡을 쓴 인기 작가였지만 그의 작품마저 제대로 공개되지 못했었다. 이에 따라 이 시기의 공연문학 분야 연구는 1차 자료 없이 신문·잡지 등 당시 작품을 평가하거나 소개한 기사 등 2차 자료에만 의존하면서 ‘반쪽짜리’ 연구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이 교수는 93년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당시 작품들을 찾기 위해 10여년간 국내외 관련 도서관 등을 샅샅이 뒤진 끝에 올해 초 미국 하바드대 옌칭도서관 등에 보관된 작품들을 발견, 60여년만에 빛을 보게 했다. 여기에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연구비를 지원해 이 교수의 노력이 9권의 작품집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월북 인사라는 점 때문에 남쪽에서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은 작품들이 공개돼 이 시기의 공연문학 연구가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며 "이번 발굴을 계기로 희곡·시나리오 분야의 연구가 이념적 재단 없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친일 행적이 논란에 오른 유치진의 알려지지 않았던 두 작품도 함께 발견했지만 유족의 반대로 최종 작품집에서 뺐다"고 밝혔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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