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A씨가 의처증을 앓고 있는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부부의무를 더 이행하라"며 이혼을 불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의 과대망상으로 인한 의처증이 불치로 보기 어려운 이상, A씨에게 애정과 인내로써 혼인유지에 최선을 다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심이 이혼불허 기준으로 제시한 ▦혼인기간에 비춰 남편의 발병 및 부인이 이를 치료한 기간이 길지 않은 점 ▦B씨가 사회활동에는 별 지장이 없고, 집중치료를 받으면 회복 가능성이 있는 점 등도 그대로 인정했다.
1973년 결혼해 남매를 둔 A씨는 B씨가 99년부터 남자, 금전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해 외출을 제약하는 것은 물론 자식들 앞에서 욕보이며 폭행하고 내쫓기까지 하자 이혼소송을 냈다.
이번 결정은 "배우자가 정신병 증세로 혼인관계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도 증상이 가볍거나 회복이 가능하면, 상대방 배우자가 사랑과 희생으로 치료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청구한 이혼은 인정할 수 없다"는 95년 대법원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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