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20일 발의후 내달말까지 처리 방침"*한 "물리적 저지 불사"…정면충돌 조짐
17일 여야는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긴급 회의와 함께 경쟁적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제는 물론 국가보안법 등 여당이 주도하는 4대 개혁법안을 둔 공방이었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연말 정국이 무한 대치와 파행으로 얼룩질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심상찮은 전초전이었다.
수은주가 내려갈수록 정치권이 가파르게 대치할 것이란 전망들로 여의도는 벌써부터 살얼음판이다.
여당이 내놓은 법안 내용과 처리 일정대로라면 그렇다. 이날 최종 당론을 확정한 여당은 20일 발의, 11월4일 각 상임위별 심의 개시의 로드맵을 잡고 있다. 현재 예정된 본회의는 11월12일. 우리당은 이날을 포함, 늦어도 11월말까지는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한나라당은 국감 이후 각 상임위에서 조목조목 따지겠다며 칼을 벼리고 있다. 하지만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여야간 입장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간극이 너무 큰 것이다. 대표격인 국보법만해도 여야는 각각 ‘폐지’와 ‘폐지반대’로 이미 명확한 선을 그어놓고 있다.
결국 연말 정국의 추이를 결정지을 핵심은 여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 법안을 강행 처리할 지 여부다. 이미 한나라당은 "여당이 수의 힘으로 나오면 물리적 저지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본회의 직권 상정, 단상 점거,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는 국회에서 길거리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여당이 무작정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이는 한나라당이 내심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경기 악화로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 여당이 무리수를 둘 수 있겠느냐 것이다. 17대 국회 첫 예산처리의 파행도 감수해야 한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의 "토론도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지는 않겠다"고 말한 것을 한나라당은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4개 법안의 패키지 처리가 아니라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나머지는 내년으로 넘기는 시나리오도 가능해 보인다. 과거사 법안의 경우 여야간 절충이 가능한 법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당 당직자는 "무슨 수가 있더라도 개혁법안이 해를 넘겨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많다"며 "토론은 하되 끝까지 합의가 안되면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경 분위기를 전했다.
국감 이후 우리당은 한나라당을 향해 4대 법안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며 명분쌓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상임위별 대응과 함께 경제살리기로의 초점 이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살얼음판 위 여야간 뜨거운 신경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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