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유명한 명제 중 하나가 ‘자유거래는 거래 양방을 모두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거래에 스스로 합의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전제가 있다. 거래 양측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대등해야만 진정으로 공정하고 이로운 거래가 성립한다.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쪽이 이를 이용해 덜 가진 쪽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만연하게 되면 사람들은 거래를 점점 꺼리게 되고 결국 시장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정보 불균형이 시장 실패의 원인이 된다고 본다.
정보 불균형 문제는 사람 뽑는 데에서도 발생한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거나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최대 문제가 바로 이와 같은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당연히 지원자들은 자신이 그 회사 또는 그 대학에 가장 적합한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뽑는 쪽에서는 과연 누가 진정한 적격자인지 지원자 스스로 제공한 정보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여기서 전형적인 정보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나 대학에서 사람을 뽑을 때 다양한 선발 절차와 기준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다. 말이 좋아 선발 절차와 기준이지 지원자의 속성에 관한 정확한 내부 정보를 어떻게든 더 많이 얻어내려는 방안에 다름 아니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 선발 시험이다. 그러나 이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완적으로 면접을 보고 추천서, 자기소개서, 성적증명서, 각종 특기 및 포상 증명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기 전에 제품정보를 수집하고 품질보증서를 보자고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만약 품질보증서나 수집된 제품 정보가 믿을 수 없다면 결국 소비자들은 기존 소비 경험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유명 브랜드 이름만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것이 사실이라면 바로 이와 같은 정보 불균형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수요자인 대학에 제공되는 품질보증서(내신 성적)가 믿을 수 없고, 자체 품질검사(입시 본고사)도 금지되어 있다면, 궁여지책으로 그 이전까지의 소비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출신 고등학교 이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만 보고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듯이 대학이 지원자를 출신 고교 이름에 따라 차별한 것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과 인과관계는 정확하게 봐야 한다. 고교등급제 파문은 대학이 학생 수시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부작용이 본질이고, 대학에 제공된 학생 정보의 왜곡이 문제의 원인이다. 내신 성적 부풀리지 말라, 고교등급제 하지 말라고 틀어막기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학생 사이에 차이가 있고, 학교 간에 학력 차이가 있는 데 이것을 숨기고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서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발 자체가 차별화 과정인데 차별하지 말고 뽑으라는 것도 모순이다.
똑 같은 학생들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불평등한 일이라면, 분명히 차이가 있는 학생들을 똑 같이 취급하는 것도 불평등한 일이다. 그것은 평등주의가 아니라 경쟁의 회피일 뿐이다. 정보 불균형이 시장 자체를 없어지게 할 수 있듯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정보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면 수시 선발이라는 좋은 제도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 정보 불균형으로 야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은 수요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좀더 많이 공급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쓰는 사람 책임에 맡겨야 한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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