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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 과학은 세상을 바꿨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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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 과학은 세상을 바꿨다… 그러나

입력
2004.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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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인류의 친구인가 적인가? / 막스 페루츠 지음ㆍ민병준 장세헌 옮김 / 솔 발행ㆍ각 권 1만원196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막스 페루츠(1914~2002)는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라빈 등 단백질 분자구조를 밝힌, 그의 대표적 업적 이외에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 많다.

전공분야인 생화학을 넘어서는 박학한 과학지식과 과학계 전반에 대한 통찰을 토대로 다양한 계층을 위한 글쓰기와 강연 등을 활발히 함으로써 과학의 문턱을 낮추는데도 기여했다.

지난 40여년간 페루츠가 동료 과학자의 저서나 전기가 출간될 때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섰던 서평과 에세이, 강연문을 모아 엮은 과학에세이 ‘I Wish I’d Made You Angry Earlier’가 두 권으로 나뉘어 번역돼 나왔다.

페루츠는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과학자들에 대한 평가 및 그들의 연구가 사회와 역사에 미친 영향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20세기현대 과학사를 밀도있게 정리하고 있다.

1,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에 걸쳐 전쟁 무기를 개발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쟁기를 녹여 무기로’와 피임약, 방사능유출사고 같이 과학적 성과와 인권충돌 지점을 주제로 한 ‘옳고 그름’두 부분으로 구성된 과학자는 인류의 친구인가 적인가?’에는 과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공기 중 질소로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 질소비료의 대량 생산을 통한 식량난 해결에 기여한 독일의 유대계 화학자 프리츠 하버(1868~1934)는 1차 세계대전때 독가스를 도입한 과학자로도 악명이 높다.

자신이 개발한 독가스로 나치가 동족 유대인을 학살하리라는 것을 짐작이나 했을까. 리제 마이트너, 프리츠 슈트라스만, 오토 한은 방사능과 핵분열을 발견했는데, 그들의 연구성과도 미처 상상치도 못한 원자폭탄이란 살상무기개발로 이어진다.

칼 쥬라시의 피임약, 에티엔트-에밀 볼리외의 임신중절약 RU486 개발 또한 과학과 윤리 사이에서의 선택을 요구한다. 이 사례들은 과학의 가치는 결국에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두번째 책‘과학에 크게 취해’에서는 과학연구에 올인한 과학자들의 열정을 소개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스퇴르를 비롯해 각종 전염병과 결핵의 치료법을 밝혀낸 과학자들,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왓슨과 크릭 등 저명한 과학자들의 연구활동과 인간적 삶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분자생물학연구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평생을 연구와 과학인재 양성에 기여한 페루츠는 “과학은 세상을 바꾸었으나 과학자들이 그들의 연구가 어떤 혁명을 일으킬지 예측한 경우는 드물었다”고 고백한다.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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