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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 후진타오, 어떻게 권좌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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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 후진타오, 어떻게 권좌 올랐나

입력
2004.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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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질주하는 검은 말 후진타오 / 런즈추, 원쓰융 지음ㆍ임국웅 옮김 / 들녘 발행ㆍ2만3,000원지난 달 중순 세계는 중국 공산당 제3세대 지도자 장쩌민(江澤民) 군사위원회 주석의 갑작스런 사임 발표에 깜짝 놀랐다. 2007년 임기 만료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알았던 주석직을 후진타오(胡錦濤)에게 넘기면서 중국 공산당은 제4세대 지도체제 변모를 완료했다.

2002년에 당 총서기를, 2003년 10월에 국가 주석을 물려받고, 마침내 최고군통수권자의 위치에까지 오른 후진타오는 ‘집단지도체제’라는 제4세대 중국 지도부의 핵심이다.

‘대륙을 질주하는 검은 말 후진타오’는 후진타오가 중국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최근 20여년 동안 공산당 등 중국 정치계의 움직임과 함께 생생하고도 치밀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에서 유학했으며, 중국정치와 청년문제에 정통한 두 저자는 1980년대 초반 후진타오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 상무서기와 제1서기를 맡던 기간 여러차례 후진타오와 접촉했으며, 후진타오를 만났던 주요 인사를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를 참고해 책을 썼다.

안후이성(安徽省) 지시현(績溪縣)에서 태어나 칭화(淸華)대 수리공학과를 졸업한 전형적인 ‘테크노크라트’ 후진타오는 20대 중반 간쑤(甘肅)성 수력발전소 건설공사장으로 사실상 하방됐지만 거기서 국가원로 쑹핑(宋平)의 눈에 들어 92년 중앙에 복귀했고, 2년 뒤 덩샤오핑(鄧小平)이 사실상 제4세대 지도자로 낙점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

책은 그 대강의 줄거리 사이에 들어있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치밀하게 재구성해 들려준다. 과거 정치인들과 달리 후진타오가 말끔하고 수려한외모, 또 그때그때 맡았던 자리의 특수성 때문에 장래를 기약 받았다는 소개도 그 중 한가지다.

중앙 복귀 후 후진타오는 공청단에서 소년아동사업을 관할하는 소년아동사업위원회 상급지도자를 맡았다. 중국은 거물급 정치인의 부인이 남편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펴는 곳이어서 위원회에서 후진타오는 원로의 부인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었다.

부인들은 후진타오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남편에게 그 인상을 이야기할 것이며, 언젠가 원로들은 어떤 사람을 추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때 부인이 칭찬한 ‘후진타오’를 떠올릴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후진타오의 장점 중 하나로 사업태도가 엄격하면서도 인정과 사리에 밝은 것을 꼽았다. 중국에서는 상급관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먹고 마시는 풍조’가 심각한데, 문제는 중앙의 관리들이 원하지 않은데도 이런 대접을 받기 일쑤고 그것이 중앙규율검사위원회에 신고되면 창창한 젊은 인재의 앞날이 엉망이 되고 만다는 점이다.

규정을 지키려면 지방 당서기나 관리들과 마찰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중앙의 ‘선비형 관리’들은 ‘반찬 네 개, 국 한 사발’을 고집하다 산해진미를 대접하려는 관리들과 불편한 관계가 되기 일쑤.

그 때문에 후진타오의 유연성이 돋보인다. 그는 지방 시찰 전에 미리 그 지역 관리들에게 “지나치게 연회상을 차리지 말라”고 귀띔하고, 혹시 말이 먹히지 않더라도 대접 잘 받고 귀경한 뒤, 비서를 시켜 꼭 밥값을 보냈다고 한다.

책은 말미에 후진타오가 중국의 최고통수권을 이어받은 후 13억 중국 인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명망을 세울 방법 몇가지를 제언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에 대한 재평가,

중국을 독재사회에서 민주사회로 이행시키는 것, 정치ㆍ행정개혁의 문제 등이다. 하지만 두 저자는 “후진타오가 세상을 향해 내던질 카드가 얼마나 있을까” 하고 직접적으로 묻고, “많지 않다”고 대답한다. 후진타오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지는 말라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몇 종 출간된 후진타오 책 가운데 내용이 가장 풍부하다.

/김범수기자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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