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일흔을 넘겼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패기와 열정으로 사이버 세계에서 한국의 영토를 지켜내겠습니다.”최종성(73ㆍ경남 마산시 내서읍)씨는 15일 자신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민간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ㆍ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ㆍwww.prkorea.com)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당신을 반크의 사이버 외교관으로 위촉한다’는 편지를 읽으면서 최씨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어렵게 사이버 외교관이 된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앞으로 할 일이 기대돼 무척 행복합니다”라며 그는 어깨까지 으쓱해보였다.
그는 반크의 사이버 외교관 1,400여명은 물론, 이 단체 회원 1만4,000여명 가운데서도 최고령이다. 하지만 그는 젊은 사이버 외교관들과 마찬가지로 전세계를 임지로, 정년 퇴임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열심히 임무를 수행할 생각이다.
반크는 1999년 외국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던 평범한 대학생 박기태(30)씨가 만들었다. 박씨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해외펜팔 사이트에 불과하던 자신의 홈페이지를 사이버 외교관을 양성하는 곳으로 바꾸었다.
이들 사이버 외교관은 이메일 채팅 등으로 외국인 친구를 사귀면서 한국을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한국 관련 내용을 잘못 소개하는 사이트를 보면 항의서한을 보내고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들이 이렇게 바로잡은 오류가 캐나다 외교부 홈페이지 등 300건에 이른다.
국군 창설 당시 하사로 입대, 한국전쟁 때 장교가 된 뒤 1975년 중령으로 예편하기까지 30여년을 군인으로 살았고 무공훈장 수훈자이기도 한 최씨는 인터넷 같은 것과는 상관이 없는 ‘구세대 중 구세대’이다. 그런데 66세의 나이에 취미 삼아 컴퓨터를 배운 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지난 8월 반크를 접하게 됐다. 반크 활동이 마지막으로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최씨는 사이버 외교관 교육 신청을 냈다.
하지만 9월 한 달간 이뤄진 교육은 무척 힘든 것이었다. 외국인 펜팔 친구와 이메일 주고 받기, 영어 채팅 등 14개의 과목에서 평가를 받는다. 과락도 있다. 그래서 ‘사이버 외무고시’로까지 불린다. 합격률도 10%가 채 안 된다. 영어에 미숙한 최씨는 낮에는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밤에는 인터넷 서핑을 하는 등 ‘주경야독’으로 이 과정을 어렵사리 통과할 수 있었다.
반크를 알고 나서 최씨는 한국이 세계에서 얼마나 ‘우스운’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잠이 오질 않는다. “세계 최대 교과서 및 여행서 출판사인 ‘더 돌링 카인더슬리’가 6,000만권에 달하는 자사의 출판물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은 약과였어요.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문도’까지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고 쓰는 것을 보고는 숨이 탁 막혔습니다. 국정홍보처 외교통상부 등 정부기관은 그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더군요.”
최씨는 앞으로 반크가 발행해 외국에 보내는 오프라인 영자 신문에 기고도하고, 외국의 학교나 정부기관 등과도 교류하면서 한국 알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한국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최씨는 “저보다 컴퓨터도, 영어도 잘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해서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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