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으로 걷는다 / 오카 슈조 지금, 고향옥 옮김 / 웅진닷컴 7,000원장애인의 외출은 참 힘들다. 더군다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라면.장애 어린이를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해온 일본 작가 오카 슈조의 ‘나는 입으로 걷는다’는 전신마비로 꼼짝없이 누워지내는 20대 청년의 외출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올바른 눈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주인공 다치바나는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인데도 혼자 바퀴달린 침대차에 누운 채 외출한다. 세상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침대 차를 밀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거나 피하는 사람, 남에게 폐 끼친다고 호통치는 아저씨도 만나지만, 그는 삼수생을 만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친구들의 왕따에 마음을 다친 초등학생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다치바나의 홀로 외출은 분명 용기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인간승리를 들먹일 만한 영웅은 아니다. 그는 단지 남보다 몸이 불편한 보통사람일 뿐이고, 그를 친구집까지 데려다 주는 이들도 평범한 이웃들이다.
이처럼 자연스런 설정을 통해 작가는 장애인도 외출할 권리가 있음을,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서로 버팀목이 되어 주면서 살아가는 것임을, 세상에 가치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음을 조용히 강조하고 있다. 거창한 드라마가 아니라 소박하기 때문에 더욱 감동적인 작품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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