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 스파이 시리즈/ 개리 블랙우드 글, 오선화 옮김, 종이나라▲ 셰익스피어와 글로브 극장/ 알리키 글ㆍ그림, 마은영 옮김, 미래M&B
좋은 책은 어떤 책일까. 독서지도에 대한 책을 보면 영원하고 보편적인 가치관을 제시하고, 어린이들의 성장을 돕고 마음의 갈등이나 불안감을 씻어주는 상승 모티브가 있고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하는 책 등등 여러 기준이 나온다.
그러나 간략하게 말해서 재미있으면서 감동을 주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라고 하겠다.
‘셰익스피어 스파이’는 재미있다. 총 3부작인데 현재 1부 ‘위지와 캐릭터리’와 2부 ‘비밀의 무대’가 나와 있다. 셰익스피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의 주인공은 위지라는 열 네 살짜리 소년이다.
위지는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일곱 살 되던 해 닥터 브라이트의 견습생으로 들어가 속기술을 배운다. 그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다른 목사들의 설교를 듣고 몰래 적어오는 일을 하다가 극장주 사이먼 배스에게 팔려 간다.
위지에게 맡겨진 일은 셰익스피어의 신작, ‘햄릿’ 공연을 보고 대사를 받아적는 것. 배스의 극단이 작가에게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공연하기 위해서다.
위지는 대본을 적는 데 성공하지만 극장에 불이 나 대피하다가 잃어버리고 만다. 대본을 찾기 위해 견습생으로 들어간 셰익스피어의 글로브 극단에서 그는 그동안의 삶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우정, 정직, 신뢰를 알게 된다. 항상 옳고 그름보다는 생존만이 최우선 과제였던 위지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극단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를 배반하고 대본을 훔칠 것인가, 주인 사이먼배스의 협박을 무릅쓰고 그 곳에 머물며 연극배우의 삶을 추구할 것인가.
작가는 강한 의지로 자기의 삶의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갈등하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얄팍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연극에 재능을 보이고 열심히 노력하여 서서히 극단의 일원이 되어가는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안타깝고 초조한 마음으로 읽는 독자가 이야기 진행에 빠지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2부에서는 둘도 없는 친구 샌더의 죽음, 아버지라며 나타난 레드쇼우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 위지의 정신적 성장을 그린다. 또 새 견습생과의 경쟁에서 깨닫게 되는 배우로서의 열정과 도난 당한 대본의 재작성을 위해 셰익스피어를 돕는 과정을 보여주어 위지가 결국 극작가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한 편의 소설을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의 바탕이 되는 ‘햄릿’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같은 작품과 영국의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편린에서 지적 호기심을 느낀다면 책 한권의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당시의 연극 공연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림책 ‘셰익스피어와 글로브 극장’(알리키 브란덴베르크 지음, 마은영 옮김, 미래M&B)을 권한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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