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경기 용인시 죽전동의 한 음식점에서는 의미있는 모임이 있었다. 모임의 주인공은 도로접속 여부를 놓고 4개월이 넘도록 반목과 대립을 계속해 온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주민들과 죽전 주민 10여명. 이들은 3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사태 해결을 위해 양측이 참여하는 ‘주민대표협의회’를 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저간의 상황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작은 결실을 맺은 셈이다. 양 지역 주민들은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가 도로접속공사를 시도한 6월10일 이후 콘크리트벽과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삭발과 단식농성까지 하는 등 ‘죽기아니면 살기’식 다툼이 끊이지 않은 터였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도 잠시. 주민대표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양측의 강경 성향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15일 기자에게 조차 ‘협의가 아닌 협잡에 의한 밀실모임으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 ‘주민 대표성이 없는 모임이다’라는 항의 이메일이 줄을 이었고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이 길을 이용해 구미동의 야산에서 약수도 떠오곤 했는데, 지금은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워 이 길은 피해 다녀요. 아이들이 도대체 이 장면들을 보고 무얼 배울까요.” 죽전에 5년간 살아왔다는 한 주민(59)은 원색적인 문구들로 가득한 양측의 플래카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연결로가 끊겨 있는 죽전과 분당 사이 길이 7m의작은 공간은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길이 막아 몸 하나가 빠져나가기 힘겹고확성기의 ‘굉음’과 욕설, 구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어른들의 한치 양보없는 추한 싸움을 아이들은 지금도 고스란히 ‘학습’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왕구 사회2부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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