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경영 / 최수부 지음 / 광동제약 창업주 자서전 / 랜덤하우스중앙ㆍ9,800원“나는 1974년에 고려대 경영대학원, 83년에 서울대 경영대학원, 96년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을 수료하였다. 이 명문대학들이 나에게 가르쳐 준것도 많았지만, 그때 배운 그 어떤 지식도 정직과 신뢰, 검소와 성실함의 가치보다 더하지는 못했다.”
‘뚝심경영’은 쌍화탕과 우황청심원으로, 최근에는 동아제약 박카스의 아성을 위협하는 판매고를 올리는 비타 500으로 유명한 광동제약 창업주 최수부(68) 회장의 자서전이다.
올해로 창립 41주년을 맞는 광동제약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 대구에 정착한 최 회장이 초등 4학년으로 학업을 접고 시장바닥을 전전해 배운 영업실력으로 29세에 세운 한방약품 제조회사다.
기업인 자서전은 대개 업적 자화자찬에 바쁘지만 이 책은 그보다는 최 회장이 청년시절 ‘실전’으로 몸에 익힌 영업노하우, 신용과 성실을 앞세우는 기업경영의 원칙을 들려주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외판사원으로 경옥고를 팔러 다닐 때는 한 번 들러서 안 산 집에 들르고 또 들렀다.
“아니 이 사람이, 안 사겠다는 데 왜 다시 온 거요?” “아입니더! 약 팔라꼬 안기 아이고요, 지나는 길에 별일 없으신지 인사나 드릴라꼬 온 깁니더! 그럼 수고하시고요. 다음에 또 뵙겠십니더.”
이런 말이 한 열 번 이상 오가고 나면 마침내 “아이고, 이 사람아, 어디약 한 번 내 놔 봐! 내가 당신한테 약 안 사고는 제명에 죽기 힘들 거 같아!”하는 말이 나온다. 그의 철학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면 넘어갈 때까지 더 찍어라’이다.
기업을 믿어주지 않는 공무원과 멱살 잡고 싸운 일 등 갖은 일화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직원들의 월급날과 세금납부일 지키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는 신뢰ㆍ정직경영의 원칙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나는 한눈 팔지 않고 천천히 나의 길을 걸어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온 사람, 천천히 여문 기업이 10년 후, 50년 후, 100년 후에도 살아 남는다.” 요새처럼 경기가 어려울수록 더욱 곱씹어 볼 말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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