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먹거리와 마찬가지로 새우젓도 중국산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일반인이 이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서재용 총무로부터 광천 토굴새우젓과 중국산 새우젓을 구별하는 방법을 들었다.중국산 새우는 냉동해서 들여와 껍질이 두껍고 맛이 떨어진다. 해서 조미료를 많이 넣게 되는데 냄새를 맡으면 비린내와 함께 조미료 냄새가 올라온다. 토굴새우젓의 뽀얗게 나온 국물은 잡맛 없이 냄새가 구수하다. 또 씹었을 때 냉동 새우와 달리 껍질이 얇아 뒤끝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새우젓의 소금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광천토굴새우젓에 쓰는 국산 천일염은 결정이 정육면체 모양이고 손가락으로 비비면 쉽게 부서진다. 반면 수입산은 냉동 새우라 부패되기 쉽기 때문에 염도가 강한 수입소금을 사용한다. 수입 소금의 결정은 직육면체 모양으로 염도가 강하다 보니 잘 으깨지지 않는다.
최근 토굴젓의 인기를 타고 광천 인근 도로변 등에 새우젓 가게들이 많이들어섰다. 하지만 광천해산물상사(041-641-2515), 서해새우젓상회(641-2417) 등 90여 점포가 몰려있는 광천토굴새우젓 재래시장이 토굴새우젓 원조로 오래 터를 잡아왔다. 이번 축제도 재래시장 상인번영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 홍성의 명소들
홍성에 들렀다면 홍성읍, 특히 군청을 둘러보자. 옛 홍주성 성곽의 절반(810m)이 남아 읍내를 감싸고 있고, 군청 뒷마당에는 홍주목 수령이 관아의 일을 보던 동헌과 휴식을 취하던 정자 여하정이 그대로 남아있다. 홍주아문이 옛 모습 그대로 군청 정문 노릇을 하고 있다.
홍성을 대표하는 산은 용봉산과 오서산. 홍북면의 용봉산은 높이 381m로 낮은 돌산으로 여덟 봉우리가 이어졌다 해서 팔봉산으로도 불리운다.
산 전체가 자연 분재원으로 부를 만큼 기이한 형상의 소나무들이 산 전체를 뒤덮고 있다. 광천읍에는 억새로 유명한 오서산이 있다. 높이 790m로 충남에서 두번째 높은 산으로 은색의 억새가 가을 제철을 맞았다.
이 밖에 홍성IC 인근 결성면의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 백야 김좌진 장군의 생가도 들러볼만 하다.
■홍성 대하·새우젓
모든 것을 감싸줄 것 같은 포근한 어머니의 땅 충남 홍성. 육지와 바다의 물산이 모두 풍성해 주민들의 인정도 그 어느 곳보다 넉넉한 곳이다. 그런 홍성이 지금 제철 만난 새우가 빚어낸 두 가지 즐거움에 한껏 들떠있다. 손뼘 크기가 훌쩍 넘는 대하가 그 하나이고 소금에 잔뜩 절어있는 새우젓이 다른 하나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 손님 새우를 맞으러 홍성으로 떠나보자.
▲ 대하의 고향 남당포구
남한 땅 가장 큰 반도인 태안반도의 밑자락, 안면도를 방파제 삼아 바닷물을 가둬 호수를 이루고 있는 곳이 천수만이다. 생명의 원천인 드넓은 갯벌이 만을 가득 둘러싼 천혜의 어장이다.
서해에서만 나는 ‘새우의 왕’ 대하의 산란지가 바로 이곳 천수만이다. 고향에서 알을 깐 대하는 몸집을 키운 뒤에야 안면도를 돌아나가 서해 큰바다로 나간다.
따라서 대하가 가장 먼저 잡히는 곳이 천수만이고, 이곳의 가장 큰 어항인 남당포구가 대하를 대표하는 산지가 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10월을 넘어서야 출하되는 대하를 천수만에서는 9월부터 구경할 수 있다. 지난달 18일 시작된 대하축제가 이달말까지 이어진다.
남당포구의 해변가엔 빼곡이 들어선 횟집들이 긴 줄을 만든다. 육지쪽은 주차장 등을 갖춘 일반 횟집이고 바닷가쪽은 간이 포장마차들. 수족관마다 힘차게 뛰는 대하들이 득실댄다.
대하를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소금구이. 불지핀 너른 냄비에 굵은 소금을 깔아놓고 그 위에 살아 꿈틀대는 대하를 재빨리 쏟은 후 뚜껑을 덮으면 퍼덕거리던 대하가 빨갛게 익어간다. 양념이라고는 덜렁 소금뿐이지만 구수하고 탱탱한 대하의 속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별미다.
생대하를 좋아하는 이들은 생으로 고추장에 찍어먹고 머리 부분만 소금구이를 해먹기도 한다. 수평선횟집(041-634-6207)의 이원용씨는 “대하는 성질이 급해 물 밖에 나오면 바로 죽어 생대하는 양식만 가능하다”며 “양식도 육질이나 맛이 자연산 못지않고 오히려 양식이 더 맛있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대하의 가격은 횟집에서는 1㎏(양식)에 3만2,000원, 포장마차서는 3만원.횟집에는 밑반찬이 더 나오고 주차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포장해 갈 때는 횟집이나 포장마차 모두 1㎏에 2만8,000원이다.
자연산은 포장일 경우 3만5,000~3만7,000원 선. 서해안횟집(633-2607)의 김선아씨는 “지금 꽃게도 한참 속살이 꽉 찰 때라 대하로 다신 입맛을 꽃게탕으로 깔끔히 마무리 하시라”고 권했다.
대하로 배를 채웠다면 멀리 죽도가 바라보이는 남당포구의 정취를 만끽해보자. 가을 햇살이 부서지는 넓은 갯벌과 작은 어선, 그 위로 날아다니는 갈매기 등 전형적인 서해안 포구의 정경이다. 멀리 안면도 너머로 지는 낙조는 남당 포구의 최고 절경이니 놓치지 말자.
▲ 토굴 새우젓 하면 역시 광천
광천은 포구를 갖춘 중심상권으로 홍성이나 대천보다 규모가 컸던 곳이다. 서해안 대표적인 수산물 집산지로 명성을 떨쳤던 광천도 70년대부터 해운 대신 도로망이 발달되고 안면도가 서산과 연륙교로 연결되면서 상권이많이 약해졌고, 토사가 밀려들어 포구가 닫히는 등 뱃길이 끊어졌다. 하지만 예전의 그 명성, 자존심은 젓갈로 고스란히 남아 광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광천 젓갈의 생산법은 독특하다. 바로 토굴 저장법. 60년대 초 윤명원씨란분이 옹암리 인근의 일제 때 금광 개발로 파놓은 굴안에 새우젓 독을 들여놓았다 나중에 보니 젓맛이 기가 막히게 들어있었다고 한다.
윤씨는 집 뒤 야산에 굴을 뚫어 본격적으로 젓을 숙성시켰고 마을 주민들도 이에 동참해 당시에 파놓은 옹암리의 새우젓 토굴이 50여 개에 달한다.
광천새우젓특산물조합 서재용 총무의 안내로 토굴을 들어가 봤다. 쇠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입구가 여러 갈래다. 스위치를 올리자 백열등 불빛 아래각 굴마다 새우젓이 가득 든 드럼통이 긴 열을 짓고 있다. 서씨는 “토굴은 새우젓이 숙성되기 딱 좋은 14~15도의 온도가 사시사철 유지돼, 이곳에서 3개월 숙성된 새우젓은 그 맛과 향이 타 지역의 것에 비할 수 없다”고말했다.
광천 새우젓의 진짜 경쟁력은 광천 상인들의 오기와 자존심이다. 아무리 숙성이 중요하다 해도 역시 맛의 관건은 재료. 김창만 조합장은 “새우 산지인 전남 목포 신안 등지서 나는 최상의 새우는 거의 광천에서 입도선매해 들여오고, 소금도 최상의 국산 천일염만 고집한다”고 말했다. 재료비가 비싸다 보니 새우젓 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1㎏당 1만원 가량 높다.
새우젓은 크게 6월에 잡은 육젓, 5월에 잡은 오젓, 가을에 잡은 추젓으로구분된다. 가장 살이 오른 육젓은 1㎏에 3만5,000원으로 비싸 반찬용으로 팔린다. 오젓 2만5,000원, 추젓은 1만~1만5,000원으로 서민들 김장 담그기에 제격이다.
장항선 광천역 인근의 광천새우젓재래시장에서는 16일부터 20일까지 광천토굴새우젓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10% 할인된 가격으로 새우젓과 각종 젓갈을 살 수 있고, 토굴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돼 토굴젓이 익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남당포구는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29번 국도에서 보령방면 40번국도를 갈아타고 4㎞ 조금 더 달리면 오른쪽으로 남당리로 진입하는 도로를 만난다. 광천읍은 서해안고속도로 광천IC에서 나오면 바로다.
/홍성=글ㆍ사진 이성원기자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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