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구의 쓰레기를 받느니 차라리 예산을 태우겠다.” “소송을 해서라도 요금을 깎겠다.”서울시가 이 달부터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이 위치한 자치구가 이웃구와 공동으로 시설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쓰레기 반입 수수료를 최고 3.5배까지 올리기로 해 해당 자치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자치구는예산을 더 들이더라도 다른 구의 쓰레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서 ‘쓰레기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혈세 태우는 소각로에 ‘채찍'
현재 강남ㆍ노원ㆍ양천구에 설치, 운영중인 자원회수시설은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이웃 자치구의 쓰레기는 전혀 반입하지 않고 있는 상태.
당초 주변지역의 쓰레기까지 함께 소각한다는 전제 하에 대용량으로 지은이들 자원회수시설은 지난해 말 현재 평균 가동률이 평균 21%에 불과, 매년 90억원 가까이 나는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소각장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는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5월 조례를 개정, ‘소각료 인상’이라는 ‘채찍’을 꺼내들었다. 시가 개정한 조례에 따르면 이 달부터 소각로 가동률이 40%에 미치지 못할 경우 현재 톤당 2만1,000원인 반입 수수료가 최대 7만4,000원까지 인상된다.
다만 해당구에서 요금인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이 달부터 연말까지는 산정된 수수료의 50%, 내년 6월까지는 75%를 부과하고, 내년 7월 이후 전액 징수한다. 가동률이 40%를 넘으면 현재 수준으로 내면 된다.
그러나 해당 자치구들은 “소각로 유치를 끝까지 거부한 다른 구들이 톤당 1만6,000원의 싼값으로 김포 매립지를 이용하는 데 반해 혐오시설을 유치한 구에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치구 “내라는 대로 낼 수는 없다”
시설 가동률 17%로 3개 자치구 중 요금부담이 가장 커진 강남구는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재활용이 정착되면서 점점 소각쓰레기가 줄어가고 있는 추세인데, 가동률 40%를 맞추기 위해 재활용 쓰레기까지 태우라는 말이냐”며 “내라는 대로 다 낼 수는 없다”고말했다.
가동률 18%인 노원구도 “시가 운영적자를 일방적으로 자치구에 떠넘기고 있다”며 “고지서가 나와도 일단은 납부를 미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관계자는 “소각장 광역화는 구가 하고 싶어도 주민협의체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인데, 고작 난방비 70% 지원의 인센티브로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냐”고 목청을 높였다.
시설 규모가 작아 가동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양천구(37%)는 가급적 40%까지 가동률을 높이는 한편 인상분이 1억8,000만원으로 크지 않은 만큼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서울시는 2006년까지 가동률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 아래 각 시설당 3~4개 자치구가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강하게 유도한다는 방침이어서 서울시와 자치구간 ‘쓰레기 전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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