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과 가톨릭 신자인 소설가 박완서(세례명 엘리사벳), 최인호(베드로), 피아니스트 신수정(카타리나), 서양화가 김점선(클라라)씨가 14일 오전 한국일보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색채의 마술사-샤갈’전을 함께 관람했다.20세기 최고의‘색채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의 현란한 색의 향연에 김 추기경 일행은 말을 잊은 듯했다.
이번 샤갈전 전시 커미셔너인 서순주 박사(미술사)의 설명을 경청하는 모습이 마치 미술 강의를 받는 학생들처럼 진지했다.
지난해 파리 그랑팔레,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 이은 이번 한국 전시가 30여년 만에 열리는 매우 보기 드문 대규모 샤갈 회고전이라는 설명에 새삼 감탄했고, 샤갈 작품 122점 가운데 대표작인‘도시 위에서’가 로마 전시 때문에 지난달 말 먼저 철수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지금은 원본을 볼 수 없다고 하자, 안타까워 했다. 이들의 나들이에 때마침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도 반가움을 표시하며 함께 자리를 지켰다.
전시장을 돌면서 이들의 관심은 자연히 기독교와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옮겨갔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통해 인간의 고통을 형상화한 ‘강변에서의 부활’‘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등 성서의 메시지를 다룬 작품들 앞에서 김 추기경은 “여기 오래도록 서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인, 동물, 꽃, 고향마을 같은 많은 상징을 교묘히 배치한 그림을 보고는 “숨은 그림 찾기 같다”며 즐거워했다.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샤갈전을 관람한다는 박완서씨는 “샤갈의 작품은 보면 그냥 즐겁다. 작품을 볼 때마다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게 되는 게 매력”이라며 주위의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흐뭇한 눈길을 던졌다.
동생 수희씨가 서양화가로 활동하는 등 미술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온 신수정씨는 “샤갈은 내가 사랑하는 화가”라며“지난해 프랑스 니스에 있는 국립 샤갈성서메시지 미술관에도 다녀왔지만, 서울에서 샤갈의 작품을 보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도쿄현대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피카소전을 보고 왔다는 최인호씨는 샤갈과 피카소의 작품세계와 생애를 대비했다.“샤갈에게서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읽혀진다. 여성관도 피카소보다는 도덕주의적인 것 같다”며 “연인과 가족에 대한 사랑은 곧 인류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유대교 전통을 지닌 러시아인으로서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려는 우주인, 샤갈과의 소중한 만남을 가졌다”고 관람 소감을 말했다.
2시간 동안 자세히 샤갈 그림들을 관람한 김 추기경은“유대인으로서 고난과 굴곡의 역사를 살아가면서도 샤갈이라는 한 인간이 작품을 통해 동족, 나아가 인류에게 늘 삶의 희망을 전하려 했다는 점이 마음에 소중히 와 닿는다”는 말을 남기며 전시장을 나왔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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