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문밖으로 나서면 좁은 골목길 위로 커다란 밤나무가 산들거린다. 어제 아침엔 아이 학원 가는 차가 오는 곳까지 데려다 주러 나가는 길에 밤송이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슬리퍼에 밤 가시가 삐쭉삐쭉 살을 찌를까 봐 조심하며 옆에 있던 막대기와 신발로 밤알을 까냈다. 한참을 까내며 줍다 보니 재미가 있다. 벌어진 밤송이 속에서 알토란 같은 밤알이 나올 때면 귀한 보석이라도 주운 것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엄마, 그 가시 속에는 무엇이 들었어요?” “응, 밤이 들었지.” 아이가 바로 또 묻는다. “엄마, 그럼 경원이 맘속엔 무엇이 들었어요?” “응, 예쁜 마음이 들었지!” 아이 동화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나서 대답하고나니 아이가 흡족해 한다.
나는 밤을 까면서 대답을 하고, 아이는 밤이 그저 신기한가 보다. 아이를 차에 태워 보내고 밤을 과도로 까 보았다.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입안에 넣고 맛을 음미했다. 오늘부터 이 밤나무 밑에서 계속 밤을 주우면 딸아이가을 운동회 때 밤을 찌어 갈 수 있을까? 잠시 어린 시절 가을 운동회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솜사탕 팔던 아저씨, 찐 밤을 줄줄이 꿰서 팔던 아주머니와 만국기가 선하다.
하늘이 무척 높아졌다. 여름이 그렇게 찾아왔다 아쉽게 지나간 것처럼 이가을도 그럴 것이다. 가을은 상큼한 공기만으로도 설렌다. 1분 1초도 아까워진다. 좋은 글도 쓰고 아름다운 사색도 많이 하는 가을이고 싶다. 며칠있으면 아이 운동회다. 그 날은 예쁜 밤알도 찌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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