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에 반했어요. 세계정상까지 물살을 헤칠 거에요.”인어들의 경연. 커다란 꼬리지느러미(모노핀)가 물을 젓는다. “뽀르르”저만치 솟은 숨대롱(스노클)에서 거친 숨과 물이 쏟아져 나온다. 두 발을 모노핀에 고정하고 허리와 무릎을 흔드는 자태는 인어를 닮았다.
핀수영 표면 여자 일반부50m 결승이 열린 13일 청주농고수영장의 대표 인어는 배소현(19ㆍ경북도청)이었다. 한국기록(19초67)에, 대회 3관왕(금3,은2, 동1)이 됐다. 하지만 배소현은 뾰로통하다. “5관왕 되고 싶었는데,경기 간격이 너무 짧아서 속상해요.”
한국 핀수영의 여왕. 그는 제85회 전국체육대회 7개 종목에 출전했다. 이틀 동안 이를 소화하려니 5분마다, 10분마다 물에 뛰어들어야 했다. “경기 첫날엔 응급실 신세까지 졌다.” 핀수영이 이번 체전에서 인기를 끈 데는 배소현의 공이 크다. 실력도 일품이지만 단아한 외모가 관중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핀수영은 흔히 오리발로 불리는 ‘모노핀(3.5㎏)’을 착용한다. 스노클을사용하는 표면종목과 공기통(4㎏)을 사용하는 잠영종목으로 나뉘고 영법은 자유롭다. 장비 덕에 스피드가 뛰어나다. 이날 배소현이 세운 여자 표면50m 기록은 여자 자유형50m 세계기록(24초13)보다 훨씬 빠르다. 국내엔 1960년대 소개됐고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된지는 4년째. 등록선수는 500명이다.
세계 정복도 코앞이다. 배소현은 23일 열리는 상하이세계선수권에 출전해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길 포부다. 세계기록과는 2~3초 차. 근대2종(육상,수영) 선수였던 그는 중3 때 어머니의 권유로 핀수영과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인 2001년 전국학생핀수영선수권에서 3관왕을 거머쥐더니 그 해 세계청소년대회에서도 3관왕에 올랐다. 전국체전 금메달 12개 등 지금까지 딴금메달만 50개가 넘는다. 한국기록도 올해 9개 등 45개를 세웠다.
“몸이 좋을 때 운동하겠다”는 생각에 대학입학(고려대 체육 특기생)도 미뤘다. 경북도청 이영준 코치는 “하체가 튼튼하고 집중력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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