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이 13일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대고 벌인 3차 토론은 국내 정책에 대한 공방의 시간만은 아니었다.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열린 90분간의 토론에서 두 후보는 앞으로 남은 19일 동안의 득표 전략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총력을 쏟았다.1차 토론 때의 짜증스럽고 안달하는 모습을 지워버린 부시 대통령은 케리후보를 주류에서 벗어난 진보주의자로 모는 데 열중했고 침착함을 잃지 않은 케리는 부시의 실정(失政)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유권자들에게 ‘변화’를 선택하라고 호소했다.
짧은 악수를 뒤로 하고 국내안보 문제를 두고 가벼운 설전을 주고 받은 두후보는 사회자인 CBS 앵커 밥 쉬퍼의 질문이 백신주사 부족사태, 세금, 일자리, 동성애, 종교 신앙, 건강보험과 의료정책, 사회보장, 불법이민, 교육 등으로 옮겨지면서 점점 대립의 칼날을 세웠다.
부시는 현재의 건강보험 정책에 대해 “케리가 불평만 늘어놓고 있다”며미국인 모두에게 건강보험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케리의 정책은 “공허한 약속이자 미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케리는 수 백만 명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부시가 미국의 안녕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반격했다.
부시는 케리의 의료와 교육 관련 공약은 중산층의 세제 부담만 가중하게 될 것이고 지적한 뒤 “그의 기록은 수사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케리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 “부시는 지난 72년 동안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게 한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그는 지난 3년간 가계 수입을 줄어들게하고, 수출을 감소하게 했으며 투자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게 한 대통령”이라고 반격했다.
부시는 케리가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인 매사추세츠주를 대변하고 있는 점을 겨냥, “케리가 미국 주류의 왼편에 앉아 있다”고 공격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속을 노리기도 했다.
반면 케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동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던 표현을 빌어 “열심히 일하고 규칙을 지키며 아들들을 잘 돌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낙태 문제를 두고도 팽팽하게 맞섰다. 케리는 “그 선택은 여성과 신, 의사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대답한 반면 부시는 “생명의 정신을 고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케리는 낙태권리를 주장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신부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가톨릭 신자로서는 첫 미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가 “나는 가톨릭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톨릭 신자인 첫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고 한 연설을 인용하기도 했다.
사회자로부터 부인에게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질문을 받은부시는 “로라가 토론 때 똑바로 서 있고 얼굴을 찡그리지 말라고 했다”고 답변, 폭소를 자아냈다.
케리도 “부시와 나는 훌륭한 결혼을 한 운 좋은 사람들”이라며 하인즈 케첩의 유산을 상속 받은 부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를 언급, “아마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 더 큰 웃음을 자아냈다. 두 후보가 토론 내내 긴장된 얼굴을 푼 유일한 순간이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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