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요리법큰 새우를 지칭하는 대하(大蝦)는 보통 4월 하순에서 6월 하순 서해 연안에서 산란한다. 알에서 부화할 때 몸길이가 0.4㎜ 내외에 불과한 유생은 몇 달간 성장을 거듭, 4~5개월 지나면 길이 15㎝, 무게 43g 정도로 자란다. 5개월여 되는 10월 하순께면 길이가 18㎝까지 성장하기도 한다.
해마다 이맘 때면 제부도, 안면도, 홍성 등 서해안에는 대하를 맛보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룬다. 살이 오를대로 오른 대하 소금구이를 맛보기 위해서다. 8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대하 시즌은 10월말까지 계속된다.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말까지는 그래도 살아있는 대하를 맛볼 수 있다.
▲ 대하 요리의 백미, 소금구이
‘팔닥 팔닥…, 탁!탁!’
지금 서해안에 가면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돌게하는 소리들이 사방에서 터져나온다. 바로 소금 불판 위에 놓인 대하 굽는 소리다. 소금의 열기를 받으며 연한 붉은 색으로 변하는 대하는 보기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껍질을 까 한 입 깨어 물면 고소한 듯 부드러운 질감이 혀끝에 와닿는다.대하 소금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제철을 맞아 살까지 통통 올라 와 있으니 금상첨화. 대하 수확철인 요즘은 다른 때 보다 가격도 싼 편이어서 대하를 부담없이 양껏 먹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 천일염이 만들어 내는 자연의 맛
프라이팬이나 석쇠에서 대하를 구울 때는 은박지를 먼저 펴고 그 위에 천일염을 깐다. 소금은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1㎝ 내외로 적당하게 까는 것이 요령.
경기 화성시 제부도 입구에 있는 대하 소금구이 전문점인 수성2호 주인 오세연씨는 “소금에 구우면 소금의 열기로 인해 대하의 속살까지 잘 익는다”고 말한다. 소금을 깔지 않고 대하를 구울 경우 보통 대하 껍질만 타고속은 잘 안 익는다는 것.
소금은 대부분 굵은 천일염을 쓴다. 제부도 인근에는 아직도 옛날 생산방식을 고수하는 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을 쓰는 소금구이집들이 몇 집 있다. 보통 3월~10월 사이에 생산되는 천일염은 알이 굵고 단맛까지 배어난다고 한다. 8~9월이 가장 굵고, 이후 생산되는 천일염은 조금 가는 편이라고.
▲ 대하 소금구이 요리법
살아서 팔짝팔짝 뛰는 대하는 플라스틱 항아리에 담겨 뚜껑을 덮은 채로 나온다. 뚜껑이 없으면 밖으로 튀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프라이팬에 얹고 나서도 뚜껑을 즉시 덮어야 한다. 소금이 노르스름하게 열을 받을 만할때 대하를 얹는 것이 기술.
뚜껑을 반쯤 열고 그 사이로 대하를 부랴부랴 밀어 넣으면 금새 튀어 나올듯 요동치던 대하의 몸부림이 수그러든다. 눈에 띄는 변화는 꼬리부분부터발그스름하게 색깔이 변한다는 것.
이어 대하 몸속의 수분이 증발하는 듯 작은 기포가 일어나면서 프라이팬 안에 김이 서리는 것이 보인다. 꾹 참고 한 5분여를 그대로 기다리면 대하의 몸 색깔 전체가 붉게 변한다. 소금구이 대하 요리가 완성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다.
▲ 대하 맛있게 먹기
급한 마음에 채 익기전에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 대하 맛이 떨어진다. 잘 굽히라고 젓가락으로 대하를 뒤집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해마다 시즌이면 이 곳을 자주 찾는다는 고객인 LGIBM의 조중권 부장은“오히려 뚜껑을 자주 열게 되면 짠 맛이 더 많이 배인다”고 노하우를 공개한다.
대부분은 대하 껍질을 벗겨 먹는데 껍질이 예상외로 두껍지 않아 그대로 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새우 머리는 대하 메뉴의 압권이다. 머리에서 껍질과 연결되는 부분을 살짝 떼어낸 후 그대로 불판 위에 얹어 두면 바싹 굽히는데 입 안에 넣어 씹으면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대하 1㎏은 적은 양이 아니다. 한 테이블에서 두 명이 먹기에는 배가 부를정도이고 3~4명이 먹기에도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는 정도이다. 지역별, 가게별로 다르지만 올해 생대하 1㎏은 3만5,000~4만5,000원 선이다. 생대하를 그냥 사 가면 3만~4만원 수준.
/제부도=박원식기자parky@hk.co.kr
■대하 구이 먹는 곳
본격적인 대하 철을 맞은 서해안에는 간이천막이나 가건물 형태의 새우구이집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대부분 가을 한철 장사라 이 맘 때에 오픈해 11월말에 문을 닫는다. 고객들도 가건물 같은 곳을 찾는다. 그래야 새우 소금구이를 먹는 재미가 더 있다는 것이다.
▦ 제부도
대하 소금구이 하면 안면도나 충남 홍성이 유명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제부도도 즐겨 찾는다. 제부도 입구부터 섬 안쪽까지 40개 가까운 소금구이집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안면도보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가깝다는 점이 장점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비봉IC에서 나와 제부도 이정표를 보고죽 달리면 소금구이집들이 많이 보인다.
자체 염전에서 직접 생산한 소금으로 구워주는 수성2호집은 특히 고추장 국물 수제비맛이 일품이다. 대하를 먹으면 무료로 나오는데 수제비만을 먹으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소금구이집 중에는 오래된 가건물이나 천막을 임시로 사용해서인지 깔끔하다거나 청결하다는 인상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맛이 충분히 커버해준다.
▦ 충남 홍성 & 안면도
서해안고속도로로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안면도는 비교적 근거리에 속하면서도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하다. 2002년 국제 꽃박람회 개최지로도 유명하지만 매년 가을이 오면 대하 산지인 태안군은 안면도 대하축제를 개최한다.
대하와 함께 안면도 비경을 감상하는 이벤트다. 22일까지 태안반도 안면도읍 창기리 백사장항에서 제5회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가 열린다.
충남 홍성읍 서쪽에 있는 어항인 남당항에서도 매년 10월이면 전국 미식가들이 총집결한다. 올해 축제 기간은 30일까지. 풍어제, 어선퍼레이드, 조개잡이ㆍ대하잡이 체험행사 등의 다양한 축제행사가 벌어진다. AㆍB방조제를 따라 펼쳐지는 철새들의 군무와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낙조 전경은 잊지 못할 볼거리.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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