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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파리서 포교 우봉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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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파리서 포교 우봉선사

입력
2004.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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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는 티베트나 일본의 불교에 비해 직선적이고 단순합니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습니다.”프랑스 파리 한복판인 리옹가에서‘사자후선원’을 운영하는 우봉(宇峰ㆍ본명 야콥 펄ㆍ54)선사는 한국 선불교를 유럽에서 10년째 알리고 있는 주인공.유대계 폴란드 출신 미국인인 그는 72년 미국에서 한국불교와 인연을 맺은후, 94년부터는 선원을 세우고 유럽 관음선종의 포교자로서 본격적으로 한국 불교전통문화를 전수하고 있다. 관음선종은 해외포교 원조격인 숭산스님 아래서 수행과 명상법을 배운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10여개국에 퍼져 있다.

선원 곳곳에서 한국불교의 분위기가 풍겼다. 3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한 법당은 근세 한국 선불교의 맥을 이은 경허, 만공, 고봉과 함께 숭산스님의 사진이 걸려 있고 화엄경에 나오는‘세계일화’(世界一花ㆍ세계가 하나의 꽃으로 다가온다는 뜻으로 ‘깨달음’을 가리키는 말)라는 원담스님의 글도 보였다. 우봉 선사는 “앞으로 한국불교가 유럽에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동안의 활동과정과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제가 결혼을 했기 때문에 출가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모든 수행방식과 참선 등은 한국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 새벽 6시에 올리는 예불에서는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천수경 등을 외우고, 매달 2,3일정도 용맹정진을 하면서 1년에 두차례 안거형태의 수행도 하고 있다.

선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람은 20여명. 직업도 다양하다. 컴퓨터엔지니어, 대테러 비밀경찰, 심리치료사에 심지어 마르크시스트도 있다고 귀띔했다. 우봉은“티베트 불교는 너무 복잡하고 일본 불교는 지나치게 엄격한 데비해, 한국불교는 모두를 뭉뚱그린 것”이라면서 “이런 점이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숭산스님의 첫 외국인 제자가 된 과정도 소개했다. 일본 불교에 관심을 가졌다가 티베트 불교에 입문했다는 우봉은 대학 때 미국 대륙횡단을 하면서 친구로부터 숭산스님 이야기를 듣고 무턱대고 찾아갔다. 불교신문 사장과조계종 총무원 주요 간부를 지낸 숭산스님이 포교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세탁소 직원 등으로 일할 때였다.

숭산을 은사로 모신 그는 우봉이라는 법명과‘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얻었다고 했다. 참선을 해오면서 얼마나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묻자“깨달음 여부보다는 수행자체를 통해 힘을 얻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89년 결혼한 아내(그라지나 펄)도 유럽 각국을 돌면서 수행방식 등을 논의하고 지도하는 등 선수행 지도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왜 스님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봉은“수행과 참선을 통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얻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선원 운영자금은“선원위층에 있는 방 6개를 관광객들에 빌려주는 수입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돈벌기 위한 직업으로 택한 게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파리=최진환기자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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