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얻은 것이요? 패션이란 예술의 얼굴을 한 냉정한 비즈니스라는 것입니다.”촉망받는 오트쿠틔리에 한송(본명 송한규ㆍ36)씨가 프레타포르테(기성복)디자이너로 변신을 선언했다. 11월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부산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을 통해 기성복시장 첫 데뷔전을 치른다.
한씨의 변신은 그가 지난해와 올해 1월 ‘세계 패션계의 환상특급’으로 불리는 파리 오트쿠틔르쇼에 참가, 상당한 호평을 받는 등 고급맞춤복 디자이너로 비상을 시작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 뉴욕대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한 그는 또래 디자이너들이 시대의 대세인 기성복시장에 뛰어들 때 유독 맞춤복을 고집해왔다.
“작품발표회처럼 화기애애한 국내 컬렉션과 달리 세계 유수 브랜드들의 치열한 생존게임이 벌어지는 파리컬렉션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보니까 비로소 알겠더군요. 팔리지않는 패션, 상품성이 없는 작품은 무의미하다는 것을요.
소위 명품브랜드가 오트쿠틔르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성품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한송’ 도 세계를 상대로 장사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프레타포르테 변신을 선언했지만 한씨는 ‘아티스틱한 표현’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있다고 말한다. 기성복에서도 디자이너의 손맛을 더한 감도높은 제품들이 더 인정받는 트렌드를 감안, 파리 오트쿠틔르에서 얻은 디자이너터치를 십분 발휘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교류한 젊고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을 ‘한송’의 이름 아래 한데 모은 것도 이런 구상에서다.
“디자이너가 옷만 만들던 시대를 지났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해야지요. 한송은 30대 남녀를 위한 토탈패션 브랜드로 거듭납니다.
옷은 제가 디자인하지만 구두와 액세서리는 파리의 유명 커플디자이너 조지와 디아나 옥슬리, 원단은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섬유디자이너 이은우, 생산은 중국에서 맡는 식으로 국제화된 라인업을 형성했습니다. 세계인의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제품생산도 세계화해야 하니까요.”
서구적 디자인에 동양적 매혹과 자연을 담는 브랜드 ‘한송’은 부산컬렉션을 시작으로 북경컬렉션에 참가하며 내년 봄에는 뉴욕컬렉션에도 진출한다. 국내 매장은 서울 삼성동 본사 매장과 함께 청담동에 헤어와 웨딩 숍을 겸한 가두점을 낼 계획. 중국 북경패션협회 왕칭 회장의 소개로 중국시장 진출도 추진하고있다.
한씨는 “전통 모시와 실크를 합섬한 진즈라인, 전통 한지를 응용한 원단개발 등 우리 것을 제대로 상품화해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성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