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밤의 전화 한 통 13일 밤10시가 넘은 시각.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와 울먹임이 밀려왔다. “우리 아들 죽어요. 독한맘먹고 (태권도 비리를) 털어놓은 건데 아무도 책임을 안 져요.” 어머니의 절규는 10분 넘게 이어졌다. 기자는 기자회견을 권유했고 다음날을 기약했다.#2 시끄러운 태권도장-태권도장이 소란하다. 제8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불거진 ‘메달 주고받기 의혹’(본보 13일자 21면 보도) 때문이다. 11일 태권도 남자 8강전에서 충북과 광주 선수가 각각 한명씩 기권했다. 이유는 부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충북대표인 오모 선수와 어머니 배모씨가 “부상은 없었고 ‘물려주기’ 하느라 코치가 경기포기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지모 코치는 선수의 부상을 강조하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기억이 안 난다”면서 사라졌다.
#3 진상조사 뒷전-12일 대한태권도협회의 해명자료가 배포됐다. 핵심은 ‘오 선수와 어머니가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었다. 오 선수의 진단서도 첨부됐다. 하지만 충북태권도협회측은 오 선수의 집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한 임원은 “이사를 하는 바람에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고, 또다른 임원은 “초인종을 눌렀는데 인기척이 없었다”고 말했다. 진단서 역시 지 코치가 병원에 가서 “오 선수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속인 뒤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4 道 잃은 태권도, 국민의 피해-14일 오 선수와 어머니가 전북체전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오 선수는 “7월대통령배 대회에서도 코치가 ‘너는 메달을 많이 땄으니까 후배한데 물려주라’고 해서 기권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물려주기’ 관행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올림픽 이후 태권도는 “재미가 없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재미가 있더라도 도(道)를 잃는다면 이미 ‘태권도’가 아니다. 태권도계가 이번 사건을 얼버무리려고 하는 사이 그 피해는 선수와 가족, 나아가 태권도를 국기로 여기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청주=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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