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아, 꼭 금메달 따서 병상에 누운 엄마에게 갖다주자.”후원 받긴 했지만 700만원이 넘는 이탈리아제 자전거다. ‘쭉쭉 달리라’는 바람을 담아 ‘쭉쭉이’란 이름을 지었다. “엄마가 (경기하는 동안) 기도하신다고 하셨어요.”
구성은(20ㆍ국군체육부대)은 한국 여자 사이클의 기대주. 13일 음성벨로드롬경기장 주변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 14일 열리는 제85회 전국체육대회 여자 사이클 개인도로(82㎞)를 향한 막바지 훈련이다. “선배들이 워낙 잘해서 쉴 틈이 없어요.” 목엔 붕대를 감았다. 연습하다 애드벌룬 줄에 걸려 생긴 상처다. “가래가 생겨 호흡에 지장이 있다”고 말하지만 안장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연습을 제대로 못했거든요.”
엄마 때문이다. 8월 구성은은 골반 상태가 좋지 않아 휴가 중에 병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연습벌레’인 탓에 훈련을 멈출 순 없었다. 창원경륜장에서 연습을 마치면 어머니 배연신(47)씨가 병원까지 태워주곤 했다.
그러던 어머니가 경륜장에서 다른 선수의 자전거에 부딪혀 넘어졌다. 두개골이 파열돼 의식을 잃었다. 한 달 뒤에야 엄마는 눈을 떴다. 전국체전 경기를 보러 오겠다지만 아직 거동이 불편하다. 구성은은 엄마에게 금메달을약속했다. 전국체전 트랙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상대가 없었다. 단거리 선수였던 그는 고3때 우연히뛴 도로경기에서 전관왕(4관왕)을 차지했다. 국내 경기는 휩쓸다시피 했다. 2002세계주니어선수권 도로경기에서 한국에 첫 메달(은 2개)을 안기며 승승장구 했다. “지는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성격 덕에 맥박이 200을 넘는 오르막길도 거뜬히 넘었다.
실업무대는 험난했다. 지난해 국내대회 2등 두 번한 게 고작이다. 다행히아시아선수권에서 은2, 동1개를 따냈다. 엄마의 사고는 그에게 큰 시련이었다. 하지만 표정은 밝다. “엄마가 의식을 회복했으니 더 바랄게 없어요.”
그의 목표는 올림픽 첫 메달이다. 올해 2월 스위스사이클센터로 3개월짜리유학도 다녀왔다. “사이클을 즐기는 법을 배웠으니까 자신 있어요.” 그는 다시 쭉쭉이 안장 위에 올랐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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