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일본의 전자시계로 생사 위기에 몰린 스위스 시계산업을 구한건 무얼까.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리던애플컴퓨터를 회생시킨 주인공은. 신생 중소기업 레인콤을 국내 MP3플레이어 시장 1위로 발돋움 시킨 건 누구인가.세 질문의 답은 ‘디자인’이다. 대표적 시계브랜드 ‘스와치’가 여성고객을 겨냥한 패션시계를 만들면서 스위스 시계산업을 회생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깜찍한 디자인의 속이 보이는 누드 컴퓨터로 애플사는 컴퓨터 시장에 되돌아왔다. 레인콤은 ‘아이리버’의 디자인을 바꾸면서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다.
디자인은 죽음 직전의 기업에 다시 생명을 주고 쇠잔해진 국가경쟁력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라는 말이 진부할 정도로 세계시장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디자인이 성공여부의 80%를 좌우한다”(필립스) “아름답지 않은 제품에소니 로고를 붙일 수 없다.”(소니) 세계시장을 장악한 이들 회사 뒤에는‘디자인 경영’이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평균 2~3년 동안 4억원이 투입되고 4배 매출 증가효과를 가져온다. 반면 디자인은 6~9개월동안 2,000만원이 투입돼 매출을 22배 늘려준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낮은 임금에 바탕한 가격경쟁력, 숙련기술에 의존한 수출드라이브에만 중점을 둬 디자인 분야를 등한시했다. KOTRA가 최근 73개국 소비자 3,173명을 대상으로 한국상품 구매이유를 조사한 결과 품질(39%)과 싼 가격(34%)을 주로 꼽았고, 디자인(16%)과 브랜드(7%) 인지도는낮았다.‘값싸고 볼품없지만 쓸만한 제품’이란 개발시대가 물려준 낡은이미지로는 세계시장 석권은 먼 얘기다.
때문에 늦게나마 정부가 디자인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집중육성에 들어간 건 다행이다. 산자부는 2008년 세계 7위 디자인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디자인산업 육성, 산업디자인 혁신역량 강화, 디자인 문화확산 등 6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디자인 부가가치를 2008년 20조원, 선진국 대비 디자인 수준을90~9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제 지식, 감성, 서비스, 스피드 등 비가시적 요소가 산업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민관이 함께 노력하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디자인의 제품이 세계시장을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